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첨단 고도 산업사회의 대세(大勢)인 온라인 방법은 제외하고서라도 오프라인으로 행해지는 홍보 광고물이 대단하다.
얼마나 무차별적인 가히 공해 수준이라 해도 될 듯 하다.
종류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나 그들의 천국이라고 할 정도로 전단지, 찌라시, 스티커, 명함이 엄청난데 효과는 얼마나 있는 지 미덥지 않다.
홍보 광고물의 배부나 부착 등 전달 방법도 신출귀몰하고 신속 정확하다.
개인적으로 가정적으로,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엄격하게 규제를 하고 철저한 감시를 하지만 역부족인 것 같다.
도둑 하나 열 사람이 잡지 못 한다는 격이다.
무단으로 아파트 현관문이나 차량 문에 놓인 그 것들을 제거하면서 잡히기만 하면 그냥 안 놔두겠다고 씩씩거리지만 돌아서서 잠시 한눈팔면 수북하게 쌓이거나 덕지덕지 붙어 있다.
외부에는 더 요란하다.
전봇대, 담벼락, 건물 벽 같은 곳은 큰 홍보 광과물이 붙거나 걸려 있다.
어디 소속인지 모르지만 요즈음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그를 제거하는 전담 요원도 있는지 작업하는 모습을 가끔 본다.
그런 것들을 통한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만 했으면 하는 귀찮은 존재들인 것 같다.
얼마 전에는 자동차 특별 수리를 맡겼었다.
작업을 다 끝내고 차를 가져왔는데 보니 차량 뒷면에 스티커를 떡 붙여서 갖고 왔다.
스티커는 나름대로 정성들여 만들어 흉하지는 않았지만 스티커를 부착하는 것이 우리 취향이 아니어서 좀 언짢았다.
자기들이 자신 있게 일한다는 홍보를 하는 것 같았지만 손님 의향이 어떤지도 모르고 아무런 양해도 없이 그런 걸 떡 붙인 것은 오버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그걸 야박하게 떼어버릴 것도 아니었다.
붙어있는 대로 차를 갖고 다녔는데 데보라가 점잖지 못 하게 그런 걸 붙이고 다닌다면서 떼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였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햇볕을 좀 받으면 접착기능이 떨어져 자연스럽게 떨어져나갈테니 좀 기다려 보자고 하였더니 기왕 뗄 거면 바로 떼지 왜 그러느냐고 하였다.
그거 떼어 냈나요?
알았어, 바로 뗄 거야.
급한 것도 아니어서 그렇게 묻고 대답하는 것이 여러 번 이었고, 그러다 보니 인사치레로 하는 말처럼 되어 몇 달이 훌쩍 지나갔다.
별 것도 아닌 힘겨루기의 밀당이 오래 가지는 못 했다.
어제는 된통 걸렸다.
모처럼만에 성당에 가면서 차 운행을 했는데 데보라가 차 뒤로 가서 보더니 아직도 붙어있다면서 자기가 나서서 당장 떼어 내야지 그냥 놔뒀다가는 언제 해결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성당에 다녀오면 잊어버리겠지 했는데 그걸 수첩에다 깨알같이 적어놨는지 스티커를 문질러서 뗄 나무 숟가락과 떼고 난 자리를 청소할 우유와 유리박사 세정제와 얇은 천을 바가지에 담아 갖고 차 있는 데로 가자는 것이었다.
골난 사람처럼 성화를 안 부려도 될 일건만 왜 그러는지 우스웠다.
못 할 일도 아니어서 그럼 가서 떼어 내는 작업을 하자며 부부동반으로 스티커를 제거하려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내가 작업을 시작했다.
데보라는 작업 도구를 들고 서서 감독을 했다.
우선 유리에 손상을 안 주고 긁어내려면 스티커 붙은 상태가 어떤지 확인을 해야 할 거 같아서 손톱으로 살살 긁었다.
그러자 어렵지 않게 술술 잘 떨어졌다.
면 전체가 통째로 된 스티커가 아니라 글자만 유리에 붙는 스티커이기 때문에 아무런 자국도 안 남기고 손쉽게 떨어진 것이다.
잠깐 상이에 작업이 완료되는 것을 본 데보라가 아무 것도 아닌 걸 갖고 그 것 좀 떼라고 그렇게 말해도 시늉도 안 하더니 이게 뭐냐며 버럭 화를 냈다.
그럴 때는 고장난명(孤掌難鳴)을 고수해야 한다.
살살 달랬다.
확 튀어나게 표시가 나는 것도 아니고, 붙인 사람 성의도 있고 해서 그냥 지나친 것이라면서 “노여움을 푸시지요” 라고 하였더니 스티커 붙였던 자리를 화장하는 엷은 천에 유리 박사를 뿌려 닦아내면서 “이렇게 깔끔한 것을 벌써 할 것을 그랬네” 라고 하는데 말투가 화가 풀린 것 같았다.
홍보 광고의 주체들은 적극적으로 해야 할 당위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너절한 홍보 광고물을 좋아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비방 선전성이 있는 것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대선 때는 국가 기밀 서류 유출과 관련한 찌라서 건이 문제가 되어 시끄럽기도 했는데 강제적으로 제재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싫어하거나 출처와 지위 여부가 불투명한 카더라 통신의 찌라시 같은 것들은 정제(整除)되었으면 한다.
여기서 원 포인트(One point) !
그 것 좀 떼라니까 그러네 하면 얼른 가서 떼는 것이 신상이 편하다.
내자(內子)든 외자(外子)든 가볍게 말한다고 해서 그냥 무심결로 넘길 것이 아니라 득달같이 달려가서 하라는 것이다.
자칫 잘 못 했다가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갈래로도 막지 못 하는 불상사로 번질 우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小题大作(작은 문제를 크게 부풀려 보거나 처리한다)와 杀鸡焉用牛刀(닭 잡는 데 소 잡는 데 쓰는 칼을 쓸 필요가 있을까)의 중국식 표기와 A stitch in time saves nine의 영어 속담도 되새겨봄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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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