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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전봇대

by Aphraates 2014. 9. 6.

전봇대와 송전철탑은 발전소와 변전소와 함께 기피 시설로 통한다.

문명 산업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고, 우리 삶에 있어서 필수품처럼 돼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내 집 근처에 있다거나 내 눈에 아른 거리는 것은 거부하는 이율배반적인 것이 혐오시설로 분류된 전력설비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이고 약삭빠른지 모르겠다고 탄식하면서도 막상 본인이 그런 처지에 처하게 되면 태도를 백 팔십 도 바뀌어 남이나 다르지 않게 그런저런 사람이 되는 것이 인간 본심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이 죄인이라며 돌을 던져도 내 자식이 그럴 리가 없고, 설사 그렇다 하여도 내 새끼는 내가 껴안아야 한다면 어떤 고난이 있을지라도 기꺼이 아들을 품고 돌팔매를 대신 맞는 어머니와 같이 전봇대만 보면 다정한 생각이 들어 저절로 입가에 미소를 짓는 사람들도 있다.

 

이 미당(美堂) 선생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나를 밥 먹여 준 시설이고,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은퇴하여 전봇대와 동고동락(同苦同樂)하는 것이 접혀진 상태이지만 그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말 못 하는 전봇대이지만 그 은공을 모르면 사람이 아니다 라고 감싸는 차원이 아니라 삶 자체가 그와 함께 해 온 터라 그런 생각과 행동이 몸에 배여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

 

늘 고맙고 친근한 전봇대다.

지금이야 어디 가다가 전봇대와 철탑이 보여도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지나치지만 은퇴하기 전인 2년 전만 해도 무의식적으로 전봇대를 골똘하게 바라보며 왜 거기에 서 있는 것인지 등등 전봇대와 관련하여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생각을 하곤 했다.

 

성토의 대상이자 규탄의 원흉처럼 돼 있는 전봇대 이야기가 또 무성하게 나오고 있다.

현직 대통령께서 규제개혁 완화 회의에서에서 눈 딱 감고 손톱 밑 가시를 뽑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문하신 것이 그렇고, 전직 대통령의 대불공단 전봇대 뽑기의 성과와 관련한 평가가 그렇다.

 

한데 그 가시와 전봇대가 잘 안 뽑히는가 보다.

필요하기 때문에 세운 전봇대와 가시인데다가 죽 그들로서 모종의 역할을 해 왔는데 하루아침에 단번에 뽑으려니 또 다른 요상스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란다.

열심히 노력은 하고 있는데 실적이 지지부진하고, 다른 큰 이수들 때문에 동력을 발휘하거나 빛을 발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하자니 어렵고, 안 하지 안 되겠고 한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애매모호한 입장이기도 한데다가 맘먹고 뭔가 좀 해보려고 하면 초치는 일이 발생하여 힘이 쪽 빠지는 사태가 반복되기도 한단다.

 

우리 친정 한전(韓電)도 어려운가 보다.

전봇대도 그렇고, 밀양 송전탑도 그렇고, 원전 문제도 그렇고 , 본사 부지 매각 건도 그렇고, 전기요금과 부채 문제도 그런데 해묵은 고질병인 인사비리도 드러나 이래저래 된 통 당하고 있는 것 같다.

별의별 일을 다 겪으면서도 이룩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공기업이자 유능한 엘리트 집단들인 일류기업으로서 후배님들이 잘 수습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병폐 현상이 접목되어 악화일로를 걷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되기도 한다.

 

전봇대는 꼭 필요하지만 내 집 옆에 서는 것은 반대라는 기조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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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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