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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야, 군대 좋아졌네

by Aphraates 2014. 9. 28.

이런 장면에서 장유유서(長幼有序)는 안 통할 것이다.

임오군란(壬午軍亂) 시절 같았으면 신구(新舊) 세력이 극렬한 대립이 표출됐을 테지만 “과거는 흘러가고 미래는 다가온다”는 사조(思潮)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최근의 군에 대한 시각은 사뭇 다르다.

정치권을 비롯한 일부에서는 과거회귀의 모습이 가끔 등장하여 사람들의 맘을 아프게 하고 있기도 하지만 흐르는 물을 거스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므로 옛날에는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애국애족(愛國愛族)의 충성심도 그렇지만 병영문화(兵營文化)의 현실성에 대한 시각 차이가 크다.

구식(舊式) 군대생활을 한 구세대들은 한결같이 요즈음 군대도 군대냐고 반문한다.

예전과 비교하여 그 만큼 자유롭고, 풍족하고, 느슨하고, 군령과 군기가 약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현역 제대 후에 군기가 다소 남아 있다가 예비군까지 제대를 하고 나자 군기가 빠질 대로 쪽 빠진 비교적 중간세대 축에 드는 세대들도 제대한지 얼마나 됐다고 요즈음 군대 참 좋아졌다고 거드름을 피며 말을 한다.

하지만 신식(新式) 군대생활을 하는 신세대들 생각은 다르다.

옛날에 비해 확연히 달라지고 좋아졌는지 모르지만 현 국가사회적인 수준으로 볼 때 열악하고 불편한 측면이 많은 것이다.

구세대들이 볼 때는 요즈음 군대생활은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쉽지만 신세대들이 볼 때는 그게 아니어서 보통 고역스런 것이 아닌 것이다.

그러고 보니 되나 안 되나 장유유서를 따질 것도 없이 직업 군인이 아닌 이상 군대 가기를 꺼려하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군대가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테지만 가장 큰 원인은 시대가 바뀌기 때문이다.

이모(姨母)가 없고 삼촌(三寸)이 없는 외동아들 가족 체제하에서 모병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현상일 수도 있다.

전체적인 변화의 흐름에 잘 순응하고 잘 적응해야지 안 그러면 갈수록 뒤처지고 지탱해내기 힘들 것이다.

지금도 쌍팔년도(단기4288년/서기1955년)에 하던 대로 하려고 한다면 되지도 않을 뿐더러 자꾸 튀는 소리만 나올 것이다.

최근에 자주 일어나는 군대 사고도 그런 흐름과 무관치 않고, 은폐할래야 은폐할 수 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투명한 흐름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최전방 지역의 잡일이 없어지는가 보다.

“GOP 병사들 잡초제거·보수작업 안 해도 된다/경계 작전 임무만 전념…육군, GOP부대 평가지침 개선” 라는 기사가 눈에 번쩍 뜨였다.

우리 세대들은 최전방 GP나 GOP에서 군대생활을 하면서 주 임무인 경계와 관측 작전 업무 못지않게 진지(陣地) 작업등 부수적인 일들이 많았지만 응당 해야 할 일인 줄 알았지 잡일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지금은 공식적으로 잡일이라고 규정하는 것을 보니 대단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군도 하나의 조직이다.

역할에 충실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으면 되는 것이지 무력집단으로서의 특권의식이나 폐쇄된 조직으로서의 피해의식을 가질 하등의 이유가 없다.

공장 근로자들이 공장에 열심히 일하는 것이 국가와 민족에게 충성하는 것이듯이 군인들이 일선에서 국방을 수호하는 것이 명예롭게 사명감을 완수하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변혁기에는 다소 혼란스러움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도 그를 두려워하지 말고 변화를 해야 한다.

죽 해오던 것을 그만두려고 하면 지금 당장은 고통이 따르겠지만 미래를 위하여 정리될 것은 정리돼야 한다.

불합리한 선례와 관례 같은 것들은 과감하게 타파되어야 건전한 진보와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이지 구습을 되풀이하면 답보와 퇴보를 면하기 어렵다.

첨단고도산업사회에서 인간관계, 설비, 업무는 자동화되어 신속 정확해지고 효율성은 업청나게 높아졌는데 잡무는 줄어들지 않고 왜 그렇게 자꾸 늘어나는 것인지 밥보다 고추장이 더 많다던가 OO질도 못 해 먹겠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무스 조화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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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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