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구조든 사고처리든 초동조치가 중요하다.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사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전혀 예상치 못 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어서 완벽하게 사전 예방을 기하기는 어렵다.
벌어졌던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것은 오류와 실수를 범하고 손해를 본 다음에 취하는 것이므로 차차선쯤 된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사건 수습단계를 그런 등급으로 구분한다면 초동조치를 잘 하는 것은 차선쯤으로 보면 될 것이다.
응급구조의 심폐소생술은 처음 5분이 성패를 좌우하고, 완고하고 거대한 둑이 무너지는 것은 실 바늘구멍으로부터 발생한다고 했다.
좋은 이야기인데 그런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최근 우리들한테 일어난 참사들을 통해 초동조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수가 있다.
새벽 4시가 조금 넘어서 눈을 떴다.
산책 나갈 준비를 해야 하는데 몸이 좀 무거워 누워 있었다.
이&김 신부님, 보니 대자와 함께 기분 좋게 마신 단시간에 끝낸 소맥 6+1의 여흥이 남아있어서 그랬다.
아무 생각 없이 뭉그적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실내 스피커에서는 비상 사이렌이 먼데서 다가오는 불자동차처럼 앵 앵거리며 울고, 통로에서는 비상벨이 따르릉 따르릉거리며 요란하게 울렸다.
화재경보기가 작동한 것이다.
바로 그칠 줄 알았는데 계속 울어댔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불을 안 켠 채로 우선 시각, 청각, 후각을 곤두세우고 집안 곳곳을 급히 돌아보았지만 별다른 징후가 없었다.
그렇다면 우리 집 밖의 문제였다.
얼른 옷을 입고 나서 현관문을 조금 열고는 밖의 상태를 살펴봤다.
불빛이 보이는지, 연기가 있는지, 타는 냄새가 나는지 탐지를 했지만 그런 징조는 하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기관실로 화재경보기가 작동했다고 전화를 했다.
데보라한테는 옷을 입고 집에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서 위층에 올라갔다가 아래층에 내려갔다가 하면서 전체적인 상황파악을 해봤다.
그 때가 되자 사람들이 나와서 웅성거렸다.
팬티 차림으로 문을 빠끔 열었다가 놀래서 들어가는 애 엄마, 잠옷 바람에 나와 수군거리는 아줌마들, 집안에서 뭐라고 소리 지르는 남자들......, 불난 여관에서 뛰쳐나오는 숙박객들을 연상케 했다.
이웃 주민들한테 말했다.
대충 파악해보건데 화재가 발생한 것은 아닌 거 같고 오동작을 한 거 같은데 직원이 바로 올 것이니 기다려보자고 안심을 시켰다.
주민들은 안도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경비실로 사람 뛰어가는 소리가 나더니 화재발생 신호 정지를 시켰는지 이내 경보음이 꺼졌다.
초동조치로 상황종료가 되고 나서 생각해보니 문제였다.
분명 우리 라인 30세대 전체에 사이렌이 울리고, 15층 전 계단에서 벨이 울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동작일지라도 화재에 대한 어떤 조치나 행동이 있어야 했는데 대부분의 세대에서 사이렌과 베링 울거나 말거나 무관심하거나 무슨 일이 있는지 조차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렇게 대형사고가 많이 발생하여 나라 전체가 흔들거리는데도 설마 나한테 그런 불상사가 있을까 하는 무사안일한 자세인 것이다.
이런 자세라면 실제로 화재가 발생했다면 우왕좌왕할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할 것 같아 걱정스러웠다.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만 만약에 다들 잠든 고요한 밤에 아파트에 불이 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단계별로 생각해봤다.
사람들에게 알리고, 초기 진화를 하고, 신고를 하고, 피난 조치를 하는 등등의 초동 단계가 무엇보다도 중요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감각을 잃지 않도록 가끔 훈련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귀찮은 민방위 훈련이나 동상 연습이지만 그래도 성실하게 해야 하는 것은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 하는 것이다.
별 효과도 없는 그런 훈련들을 많은 인원을 동원하고 경비를 들여가면서 뭣 하러 하느냐는 물만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실제 상황이 벌어지면 훈련을 해본 것과 안 해본 것은 천질 차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여러 방법 중에 가장 좋은 방법은 초동조치를 신속정확하게 잘 하는 것이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이렌이 앵앵거리며 울고, 벨이 따르릉 따르릉거리며 운다.
그러면 무슨 일인지 내다보고, 어떻게 할 것인지 정확한 판단을 하고 신속한 행동을 해야 한다.
순간이 십 년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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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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