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지 오래됐다.
또, 한 때는 인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하나 처음 들어보는 것처럼 낯설다.
왜 몰랐는지 모르겠으나 그런 노래가 있다.
한 편으로는 잘 알려지고, 다른 한 편으로는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진주는 흙속에 묻혀도 역시 진주인 것처럼 진가(眞價)는 그대로 남아있기 마련이다.
좋은 노래는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빛을 발하여 우연히 들어도 귀가 번쩍 뜨인다.
안방에서 글을 쓰고 있었다.
숙면(熟眠)에 든 사람을 이야기할 때 누가 업어 가도 모른다고 하는 것처럼 글쓰기에 몰입하면 옆에서 천둥번개가 쳐도 모르는 정도인데 데보라가 틀어 놓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범상치 않게 맘에 와 닿았다.
글 쓰는 것을 멈추고 귀 기울여 들어봤다.
많이 들어본 목소리인데 가수는 알듯 말듯 언뜻 떠오르질 않았다.
발랄하면서도 애잔한 느낌이 있는 멜로디에 서풍이 부는 날이라는 가사가 번갈아 나오는 것이 검색을 해보면 누가 부른 무슨 노래인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관련 단어 몇 글자를 입력하자 대번에 나왔다.
노래 제목은 “서풍이 부는 날”이었다.1
가수도 바로 알 수 있었다.
한 때는 두툼한 입술에 몸을 마구 흔들어 대며 시원시원하게 놀래 불러 상한가를 기록하였지만 지금은 흘러간 물이 되어 조용히 체면 유지 정도를 하고 있는 장(張) 가수였다.
그 녀의 히트곡은 웬만하면 알고 자주 들어봤을 텐데 처음 듣는 노래였다.
동영상과 함께 다시 들어봐도 역시 필이 꽂히는 좋은 노래였다.
작사와 작곡을 한 오준영 씨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처음 보는 이름이지만 그룹 활동 맴버 출신으로서 중견 음악인이었다.
정치권의 북풍, 봄날의 춘풍과 남풍, 추풍낙엽의 추풍, 태풍과 미풍, 해풍, 돌풍은 많이 들어봤어도 서쪽에서 부는 바람이라는 뜻일 서풍(西風)은 좀 새로운 느낌이어서 바람에 대해서도 찾아봤다.
바람의 종류가 다양했다.
월평동(月坪洞) 전복(全鰒) 집에서 후배님들과의 만남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자꾸 그 노래가 떠올랐다.
후배님들은 날보고 혈색도 좋으시고, 술도 여전히 잘 드시고, 건강하고 쾌활하게 지내시는 것이 존경스럽고 부럽다고도 하였지만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가는 길이 기약 없는 머나먼 길을 떠나는 것처럼 처량하게만 느껴졌다.
그래도 후배님들과 선배님들 하고, 상사 분들과 부하 분들하고 지지고 볶고 하면서 아옹다옹할 때가 사람 사는 것 같고 꽃피는 봄날이었는데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 때를 회상하는 것이 어둑한 가로등 길만큼이나 뿌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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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 서풍이 부는 날어느 날인가 서풍이 부는 날이면누구든 나를 깨워 주오 무명바지 다려 입고 흰 모자 눌러 쓰고 땅콩을 주머니에 가득 넣어 가지고 어디론가 먼 길을 떠나고 싶어도 내가 잠들어 있어 못 가고 못 보네 그래도 서풍은 서풍은 불어오네 내 마음 깊은 곳에 서풍은 불어오네 아 서풍아 불어라 불어라 무명바지 다려 입고 흰 모자 눌러 쓰고 땅콩을 주머니에 가득 넣어 가지고 어디론가 먼 길을 떠나고 싶어도 내가 잠들어 있어 못 가고 못 보네 그래도 서풍은 서풍은 불어오네 내 마음 깊은 곳에 서풍은 불어오네 아 서풍아 불어라 불어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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