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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겨울비

by Aphraates 2014. 12. 20.

낮에 살짝 걷었다가 해가 질 때면 가차없이 드리우는 거실의 커튼을 살포시 젖혔다.

밖의 동정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먼저 창문에 습기가 서렸는지 얼음이 얼었는지 본다.

습기도 얼음도 없다.

다음 밖을 살펴본다.

날씨가 어떤지, 행인들의 모습이 어떤지, 돌아가는 품새가 어떤지 살핀다.

그러고 나서 산책을 나갈 것인지, 나간다면 어떤 복장으로 할 것인지를 신속하게 결정을 한다.

어찌어찌 하다보면 금방 지나가는 새벽 시간이다.

 

날씨를 비롯한 주변 환경에 대한 탐색은 끝났다.

꽁꽁 얼어붙었던 아파트 앞의 지상 주차장이나 얼지는 않았지만 그 이상인 것으로 보이던 뒤의 길이나 촉촉이 젖어있는 것을 보니 온도가 많이 오르고 비가 내린 것 같았다.

갑자기 날이 푹 해진 것이다.

적중했다고 볼 수 없는 기상예보 때문에 바쁜 사람들도 많을 것 같았다.

 

불편한 심사다.

 

이 엄동설한에 겨울비(冬雨)라니......,

안 어울리는 날씨가 못 마땅하다.

 

어른들은 어른답고, 아이들은 아이다워야 하듯이 날씨도 날씨다워야 한다.

한여름 더울 때는 덥고, 한겨울 추울 때는 춰야 한다.

그래야 잘 돌아가는 것이다.

유리알처럼 얼어붙어 설설 기어 다녀야 할 이 겨울에 질퍽거리는 여름처럼 다녀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여러 가지가 흐트러진다.

 

혹한의 날씨 하루 만에 흐물흐물해진 오늘도 여지없이 일그러진다.

우선 당장 옷을 어떻게 입고 나갈지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유비무환이라고 겨울 복장을 고집하여 속옷, 내복, 가디언, 목도리, 파카 순으로 입고 공 굴러가듯이 하면 불편한 것에다가 사람들이 눈치 없다고 흉볼 거 같고, 그래도 겨울은 겨울인데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가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받아들여 한두 가지 덜 입고 나갔다가는 큰코다칠 것 같고 고민하다가 통 큰 결정을 했다.

 

나가지 말자는 것이었다.

새벽 산책 나가지 않아도 오늘에 이어 내일까지 해야 할 것들이 여러 건인데 그래봤자 내 손해이니 기분 좋게 나가서 우중충한 날씨 탓 하며 하늘에다 대고 손가락질 할 것 없다.

 

그렇지 않아도 이것저것 이상한 일들이 많아 맘이 심난한데 날씨마저 왜 이렇게 사람 보고리채는 것인지 맘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것도 내가 받은 밥상인 것을 차버려봐야 득 될 것 하나 없으니 부정적인 맘을 긍정적으로 달래는 것이 상책이다.

 

우리 미당 선생.

겨울 스포츠인 스키의 마니어가 아니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참 착하기도 하고, 이해심과 인내심이 많기도 하다.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다시 커튼을 치고 벽면수도(壁面修道) 모드로 들어가 참선 중이니 상상외로 너그럽고 도량이 넓은 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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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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