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에 있는 리베라 호텔이 폐업 수순을 밞고 있단다.
한 때는 미당 선생이 자주 드나들던 잘 나가는 특급 호텔이었다.
25 여 년 전이다.
국내외 세미나나 회의차 그 호텔에 자주 갔었다.
미당 선생이 주관하여 초청한 외국 과학 기술자들의 숙소로도 이용했다.
호텔은 위치, 시설, 서비스 등등이 나무랄 데 없이 좋았다.
고(故) 박정희 대통령께서 충청 지역에 오시면 머무시던 만년장(萬年莊)을 뿌리로 한 호텔로 그 명성도 자자해 특수한 계층의 사람들이나 이용했었다.
멀리서 바라 본 호텔 외부도 번들번들했었다.
저런 호텔에는 누가 들어가서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인지 궁금도 했었다.
오늘 신문에 실린 호텔 사진을 보니 참 초라했다.
오랜 세월이었으니 사업이 잘 됐으면 증축도 하고 더욱더 찬란한 빛을 발하였을 텐데 역주행내지는 침체일로였던 것 같다.
미당 선생의 노안(老顔) 맥을 같이하는 것 같다.
인적도 뜸하다.
관광지로서의 면모를 상실해가는 유성 지역과도 통하는 것 같다.
낮이나 밤에 그 근처를 지나노라면 음산함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한 때는 유성 호텔과 함께 대전과 유성의 대표적인 숙박업소였는데 그렇게 쓸쓸하게 뒤안길로 물러나다니 안타깝다.
온천을 매개로 한 관광 유흥 지역으로서는 수명을 다 했다고 볼 수 있는 유성이지만 과학 벨트나 새로운 주거 지역으로서의 면모는 건재한데 명성을 날리던 호텔이 초라하게 퇴진을 당하다니 노병(老兵)의 한계가 느껴지는 듯 하다.
미당 선생이 재벌이라면 지켜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지역의 고유한 역사적인 유물이라고까지 할 것은 없으나 유성의 흥망성쇠를 알게 하는 그 호텔로서 가치가 소중하여 그리움과 추억의 기념물로라도 보존했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해 본다.
하늘 높이 올라가는 화려하고 웅장한 마천루(摩天樓)도 있어야 하지만 고색창연하지는 못 할망정 은은하고 매력적인 정취가 물씬 풍겨나는 고옥(古屋)도 필요한 것인데 너무 한 쪽으로 기우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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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