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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by Aphraates 2019. 1. 30.

설이 다가온다.

민족의 명절인 설에 펄펄 날아야 하건만 설 때문에 설설 기고 있다.

뭔가는 부조화의 모양새다.

설이 설()과 설() 때문에 치이는 것이다.

OO망천, OO호구, OO망언, OO설화, OO폭언, OO직설, OO격언, OO허언, OO사언......, 언어유희(言語遊戱)가 요란하다.

 

나온다고 마구 뱉어낼 것이 아니라 조심해야 한다.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라 했다.

그 것도 하나의 발전 과정이라 생각하지만 정도를 넘는 것 같다.

 

삼단지계(三端之戒)라 했다

한시외전(漢詩外傳)에 니온단다.

세 끝을 조심하라는 것이다.

문사의 필단(筆端), 무사의 봉단(鋒端), 변사의 설단(舌端)이란다.

글 쓰는 자는 붓끝을, 칼 쓰는 자는 칼끝을, 말 하는 자는 혀끝을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다른 말에는 남자는 말부리의 설단(舌端), 손부리의 권단(拳端), 조부리의 조단(鳥端)을 조심하라 했다는데 발부리의 족단(足端)을 빠트린 것이 아닌가 한다.

 

참으로 청산유수(靑山流水)들이다.

안 그래도 될 텐데 무슨 말들이 그리 많은 것인지 답답하다.

말을 안 하고 소통이 안 돼서 답답한 것이 아니라 말이 많아 소통이 너무 잘 돼 오히려 그게 발목을 잡는 것이 되어 답답한 것이다.

 

옛날 얘기를 할 것은 아니나 답답함에 뒤를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미당 선생 세대는 말이 필요 없었다.

말 한 마디면 끝이었다.

잘 제정되고 정비된 법과 규정과 관례가 엄연히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위에 있는 것은 그런 것들을 다 감안하고 어우르고 내리는 윗전의 한 마디였다.

위에서 명령이나 지시 아니, 작은 권고나 암시 하나만 줘도 모두가 일심동체(一心同體)가 되어 모든 일은 일사천리(一瀉千里)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졌다.

전형적인 상명하복의 권위주의 세대의 모습인데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경쟁과 난관을 극복할 수가 없었다.

그런 피땀 어린 헌신과 희생과 노력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루어냈다는 것을 어느 세대든 부인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탈권위주의 시대가 온 것이다.

공동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 하고, 개인이 국가를 위해서 봉사하기 보다는 국가가 개인한테 뭔가는 해주기를 바라는 복지국가를 지향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뿐이 아니라 대부분의 선진국들이나 개발도상국가들이도 마찬가지다.

상명하복(上命下服)이 아니라 하의상달(下意上達)이 미덕인 세상이다.

정점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하기 보다는 밑에서부터 치열한 논쟁을 거쳐 최대공약수를 도출하고 그를 통하여 최선을 다 해 함께 일하고 결과를 만들어내어 다 같이 이득을 보거나 손해를 보거나 하는 세상이다.

 

인정을 한다.

신세대가 구세대를 이끌어가는 세상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호사다마(好事多魔)는 있다.

언제 어디서든 꼭 고춧가루가 끼는 것은 피할 수가 없는가 보다.

모든 것이 개방되고 투명해지다 보니 좋은 점이 많지만 부작용도 만만치가 않다.

사공이 많고, 말이 많다.

다 자기가 최고이고, 자기 뜻대로 하려고 한다.

치열한 생산적인 논쟁은 사라지고 지루한 소모적인 언쟁이 횡행하여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

 

말 못 하고 죽은 귀신이 붙었나......,

말로 잔치를 하면 삼천만이 먹고도 남는다는데......,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이 입만 살아갖고서시리 나중에 죽고 나면 한강에는 입만 둥둥......,

앞에서는 국가와 민족을 위한 것이라 말을 하지만 돌아서면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 입을 놀리고 있으니 양두구육(羊頭狗肉)도 아니고......,

주인들은 안중에도 없이 끼리끼리 편을 져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르고 천연덕스럽게 웃고 있으니......,

이런 개탄의 소리가 안 나올 수가 없다.

 

부정적인 것들은 옥의 티라 생각한다.

항상 개관천선(改過遷善)의 장이길 바란다.

 

논쟁도, 언쟁도 좋다.

하지만 좀 건설적이고,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이라면 좋겠다.

희망을 잃을 것은 아니나 실망스러워 하는 것은 아직은 연습을 더 하고, 시련을 더 겪어야 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이자 진면목이 아닌가 한다.

즐거운 설에는 다른 설들에 치이지 말고 조상님들의 은공에 감사드리면서 후손들로서의 본분과 역할에 성실할 것을 다짐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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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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