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선지자나 예지자가 아니다.
아니, 그렇다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자기 실정과 능력에 맞게 좋으면 좋은 대로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미리미리 차곡차곡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세상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해괴망측하거나, 멀쩡하다가 느닷없이 뒤통수를 맞거나, 갑작스런 폭풍우가 몰아쳐 평지풍파(平地風波)가 일어 곤경에 처할 수도 있다.
반면에 사람 죽으란 법 없다거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거나, 부초와 잡초 같은 인생으로 불굴의 역경을 극복하여 구사일생(九死一生)의 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다.
그래야 만수무강(萬壽無疆)에 지장이 없다.
남북분단의 냉전시대를 살아오고 있는 반공세대로서 귀가 따갑도록 듣고, 눈이 아프도록 봐 오면서 함께 한 사자성어다.
혈서가 쓰여진 머리띠를 한 연사가 도열해 있는 반공 강연장 단상에 붙어 있는 또는, 각종 공해가 뒤범벅이 된 공사장 담벼락에 걸려 있어야 제격일 것 같은 사자성어이지만 국가, 사회, 가정, 개인 모두에게 필요한 덕목이라 하겠다.
정말로 필요하다.
방심하다가 당했을 때는 그 필요성을 더 절실하게 느껴 다음부터는 꼭 실천하겠노라고 굳게 다짐한다.
하나 그게 잘 안 된다.
당하고 나서야 후회하고 안타까워하는 것이 성패를 거듭하며 살아가는 우리네 자화상(自畵像)이 아닌가 한다.
K OO님은 전혀 예상 못 했던 것 같다.
당황스럽거나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을 새도 없이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어 구치소로 향하는 젊은 정치인을 보니 최악의 조건과 상황을 상정하고 일말의 희망을 갖고 준비했으면 그렇게 충격이진 않았을 텐데 차마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실토하는 정치 평론가들처럼 유비무환이 부족했다는 평을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C △△님은 큰일이라는 것을 감지하긴 했지만 대처가 느슨했던 것 같다.
마감 처리해야 할 날짜 하루 전에 대책을 강구하고 사방팔방으로 SOS를 쳐보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연시 하늘이 노랗다고 하는 것이 남의 일 같지 않게 걱정이 됐지만 도와줄 것이 없어 속수무책이어 그저 잘 됐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유비무환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어제 하루 동안 급박하게 돌아가는 K와 C 건을 보면서 본인은 물론이고 누구라도 경험한 바 있고, 언제 다시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뭐든 미리미리 준비해 둬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누군가의 불행이 나의 행복으로 올 수 있듯이 나의 불행이 누군가에게는 행복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세상의 음양조화(陰陽調和)다.
과학적으로 표현하면 에너지 불변의 법칙이고, N과 S극이 반드시 존재하는 자석(磁石) 현상이다.
언제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른다.
천신만고(千辛萬苦)의 노력이 요구된다.
고약한 불행을 당하지 않기 위하여 또, 나에게로 다가온 감미로운 행복을 놓치지 않기 위하여 생사여탈의 문제로 올려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인간적으로 반길 일도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피할 일도 아닌 유비무환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해야 한다는 생각을 양력의 정월 그믐날에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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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