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세월이라는 라디오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1945년에서 6.25 전쟁이 발발하여 외세가 준동할 때 혼란스러운 정국과 사회를 조명한 실화(實話)였다.
논픽션이지만 약간의 픽션도 곁들여 흥미진진하고 스릴있게 들었다.
실상에 대한 인식은 다소 달랐다.
당시는 잘 못 느꼈다.
우리에게도 그런 암울한 시절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우리가 그런 테두릴 거의 다 벗어버리고 옛이야기로 티부하던 최근의 일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이 있다.
자기가 산 세월이 가장 파란만장했다 생각하고, 지금 그런 식으로 살면 못 할 일이 없을 정도로 고생 고생했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보면 그런 측면이 없지 않을 것이다.
자기가 산 세상이 행운이었다고 느끼는 경우가 없지 않았겠지만 자기의 인생역정은 불운이었지만 버텨내고 오늘에 이르렀다고 하는 것이다.
자화자찬이기도 하고, 오만과 자만 끼가 있는 것이기도 한데 스스로 개척한 역사를 뒤돌아보는 것도 삶의 여유가 아닌가 한다.
1990년대 말부터 10년 주기로 이어지는 외환위기, 국제금융위기, 코로나 위기를 맞이하여 참 어렵게 이겨내고 있다.
너털웃음을 지며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들 그런 것이라면서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것이 아니냐며 대범하게 나서긴 하지만 출구가 보이지 않는 통로에서 좌충우돌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데는 웬만한 내공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다.
지금은 격동의 세월, 격량의 파도이다.
남들에 비해 여러 가지로 불리한 우리다.
하지만 나름대로의 장점을 살리고 힘을 모아 최선을 다 하여 국난 극복을 하고 있으니 그 결과들이 차곡차곡 쌓여 나중에 나타날 것은 명약관화하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여의도도 격동의 세월이다.
다들 격랑속인데 거기라고 해서 조용하면 오히려 그게 이상할 것이다.
나쁜 것이 아니고 있을 수 있는 것이라 인정한다.
그러면서 바란다면 좀 더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이었으면 하는 것이다.
격동기에 격랑 속에서 격돌하는 것은 좋은데 뭐라도 조금 남는 생산적인 것이었으면 좋겠다.
의미 있는 좋은 일전을 벌이기 위하여 개전(開戰)전에 묵상을 좀 했으면 좋겠다고 권하고 싶다.
국민을 대표하여 질의한다거나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으로 답변하다는 본래의 취지를 살려 불꽃 튀는 논쟁을 벌였으면 좋겠다.
자칫 잘못 하면 사단이 벌어진다.
해야 할 일을 진정으로 하지 못 하고 나만 고집하면서 이야기 거리도 안 되는 것을 갖고 눈치 보고 잔머리 굴리며 수준 낮은 기교를 부리다가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개그 프로처럼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는 것을 서로 알았으면 한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고 했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면장이 되었으면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공부를 해야 한다.
아는 척 하거나, 반대로 모르는 척 하거나 하면 오래 가지 못 한다.
있으나 마나 한 천떡구러기가 되고 만다.
너무 어려워 노력을 해도 안 될 거 같으면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여 실점을 만회해야 한다.
격량의 시기에 그냥 격돌의 현장으로 묻혀 들어가 함께 살려고 했다가는 바로 죽음이다.
뭘 제대로 알지도 못 하고 괜히 나섰다가 망신살만 뻗치고 다시 일어날 기력을 상실하는 것이라면 굿이나 보고 떡이나 얻어먹는 편이 나을 것이다.
격랑의 시기에 격돌하는 것을 애교로 봐주면서 코미디는 그 정도면 충분하니 다음부터는 정통 연극을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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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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