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소장님과 휴식 시간에 잠시 환담을 했다.
차이가 나는 연령대이지만 동종업계에서 일하는지라 통하는 바가 크다.
현장에서 어렵게 일하시는 분들을 보면 도와드려야 하는데 별로 그럴 것이 없다고 했더니 반색을 하셨다.
단장님처럼 원칙을 준수하면서 현실을 감안하여 공사 관리를 해 주시면 고마울 따름이라면서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1순위 그룹이라고 하셨다.
어떠실지 모르지만 계속 경상도 지역에서 함께 일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과찬이고, 회사를 옮겨가면서까지 이 머나먼 객지에서 현장을 지킬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그런 소문이 있어 말씀드린 것이라며 겸연쩍은 웃음을 지으셨다.
자제분들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아들만 둘인데 방학 때만 되면 현장에 데리고 다닌다고 하셨다.
아빠가 얼마나 어렵게 일하고, 현실이 어떤지 알게 하려고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일을 시킨다고 하셨다.
대학은 무슨 과냐고 했더니 물리학과라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무슨 뜻인지 알았다.
무거운 맘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내가 대학에 다닐 때는 문리대의 물리학과가 법대의 법학과, 의대의 의학과, 상대의 경영(경제)학과와 함께 빅훠(Big 4, 4대)로 통했다.
물리학과가 과학자 박사가 되는 관문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과학기술처라는 정부 부처가 인정받을 때 이야기다.
아픈 대목이지만 금권(金權) 위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과학기술자들은 보조자 역할로 전락하고 말았다.
보릿고개를 극복하고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으니 옛날처럼 중시할 것은 중시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하는데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으니 그리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무거운 이야기이지만 가볍게 설명하고 현실 인식을 같이했다.
물리학과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사무실로 와 기사를 검색했다.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현장에서의 대화를 리바이벌이라도 하듯이 한 신문에서 물리학과가 인기 없는 것을 넘어 존폐위기에 봉착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미당 선생이 선거판에 등장하는 도사도 아니거늘 방금 이야기한 내용이 매이저 신문에 그대로 실린 것이다.
선견지명과 통찰력이 대견스럽기도 하였지만 어딘지 모르게 씁쓸했다.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기초과학을 중시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그를 뛰어 넘어 응용과학을 중시해 햐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서로가 장단점이 있는 것인데 너무 일방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문사철(文史哲, 문학/역사/철학) 씨와 시서화(詩書畵, 시/글씨/그림) 군이 이상적으로는 좋아 보이면서 실질적으로는 홀대당하는 분위기다.
생산직이 영업직을 하는 것이 선진국의 경향이라고 하는데 봉건적인 신분제도였던 사농공상(士農工商)이 흐트러지고 있다.
일부 양반들이 잘 나가긴 하지만 또, 펜대들을 선호하고 있지만 선비들이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체면이 말씀이 아니다.
물 마시고 이빨 쑤실 수 없고, 뒷짐 지고 헛기침할 수도 없다.
함께 하던 OB들을 보면 역시 그런 그림이 등장한다.
현직에서는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사무쟁이들 때문에 일 못 하겠다고 투덜대던 기술쟁이들에 기술쟁이들 뒤치다꺼리하느라 못 해 먹겠다고 투덜대던 사무쟁이들이었다.
그 역학관계가 퇴직 후에는 자세가 역전되었다.
재취업할 문호가 넓어 배짱부리는 기술쟁이들에 일을 하고 싶어도 기회가 적어 전공과는 무관한 허드렛 일을 하며 눈치 보는 사무쟁이들이다.
시대 흐름과 상황 논리이긴 하나 그렇게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미래 지향적으로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의학도나 공학도가 가슴을 활짝 펴고 나서듯이 문학도와 이학도도 서로 잡아당기는 풍토와 여건이 되어야 한다.
우선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지만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모든 면에서 골고루 발전되고 참여하여야지 외눈박이가 되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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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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