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통정

by Aphraates 2021. 11. 3.

네 이놈.

네 죄 네가 알렸다.

일벌백계할 테니 묻는 대로 이실직고하렷다.

연모하였느냐.

통정하였느냐.

합궁하였느냐.

 

사극에서 보던 모습이다.

사또가 양반댁 규수와 함께 야반도주하다가 잡혀 온 하인 놈을 무릎 끓여놓고 문초하는 장면이다.

 

상놈이 양반을 언감생심으로 사랑했느냐.

아무도 모르게 정을 통하고 밀회를 했느냐.

강제로 욕보였느냐.

그렇게 물어본 것이다.

 

사랑은 상대적이어서 한쪽에서 맘이 없다거나 빌미를 주지 않으면 죽어도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상전을 사랑한 하인의 잘못도 있지만 해서는 아니 될 사랑을 나눈 상전도 죄가 없다 할 것을 상전은 코빼기도 안 보이고 하인만 관아 마당에 엎드려 문초를 당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그러나 그게 신분 계급사회의 실정이었다.

그리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는 것 없고,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약한 자들이 억울하더라도 참고 살아야지 어쩌겠느냐며 때린 놈을 벌하기보다는 맞은 놈을 도닥거리는 현대 법체계의 모순이라고 볼 수도 있다.

 

통정을 이야기하려다가 비약하였다.

통정(通情)이라면 정을 통했다는 의미다.

뜻을 같이했다는 것이다.

통정에다가 사건을 붙이면 통정 사건이 되는데 보통 불륜 사건을 말한다.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가 동서고금을 통하여 있어왔지만 그런 인간적인 것이라 해서 영원불멸일 수는 없다.

통정은 물레방앗간에서 밀어를 속삭이며 손목만 잡아도 얼굴이 붉어지는 옛날 사랑 이야기이고 결혼도 몇 년간 함께 살아보고 하자고도 하는 지금은 통정이라는 말이 고전에서나 나오는 고어(古語)처럼 돼 버렸다.

 

퇴근하여 등 뒤에서 들려오는 Y 본의 저녁 뉴스에서였다.

통정매매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또 무슨 치정 사건이 터졌다고 생각했다.

가뜩이나 코로나 때문에 어렵고 여야 난타전에 심기가 불편한 판에 이번에는 어디서 어떤 고약한 치한이 나타나 인신 매매 같은 것이 벌어졌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무시하고 글을 계속 쓰고 있었다.

그런데 통정매매는 생각했던 그런 게 아니라 둘이 장단을 맞춰 주식을 팔고 사는 불건전한 주식 거래를 하는 주식 용어였다.

이해가 됐다.

큰손들의 저런 합법을 가장한 불법이나 편법이 있어 애꿎은 개미들만 당하여 빈 깡통이 되는 한 길이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등록금을 날렸다가 복구하겠다고 다른 길을 택한다는 것이 코인이어서 공부는 뒷전이고 그에 골몰하는 학동들이 구제 대책을 내놓으라고 머리띠 두르고 캠퍼스와 등용문을 나서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주식시장은 기업이 직접 자금 조달을 하는 건전한 창구이다.

그런 곳이 투기의 장이 되고, 선인(先人)과 대인(大人)들 축재의 장이 되어서야 어찌 밝은 미래를 약속한다는 것인지 괘씸하다.

뭐든 좋게 쓰면 약이 되고, 나쁘게 쓰면 독이 되는 데 보이지 않는 손으로 술수를 부려가면서 갓난아이 손목 비트는 행태는 규탄받아 마땅하다.

통정매매라는 단어가 자생한 것인지 외국에서 들어온 것인지 모르지만 좀 더 사악한 단어로 바꾸고 엄단했으면 한다.

 

http://blog.daum.net/kimjyyhm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빈대떡 신사  (0) 2021.11.04
배신과 변절의 온상  (0) 2021.11.03
물리학과  (0) 2021.11.02
11월의 노래, 김용택  (0) 2021.11.01
맹신  (0) 2021.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