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11.07.
2012.03.31.
첩보원이나 간첩들이 쓰던 난수표가 아니다.
미당 선생의 34년 5개월에 걸친 KEPCO(한국전력) 신입사원 입사일 정년퇴직자 퇴사일이다.
애증(愛憎)으로 가득 찬 전력인(電力人)의 길이었다.
보람도 많았고 아쉬움도 적지 않은 날들이었다.
그를 그냥 지나친다면 지적이라기보다는 정적인 편이라고 해야 하는 미당 선생으로서의 도리와 취향이 아니다.
기념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요란하게 팡파르를 울리며 과시할 것은 아니고 둘이 조용히 지난 세월을 기억하면서 오붓한 시간을 갖는 것이다.
왕실장과 왕실세 그리고, 맞담배와 맞대작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형국이어서 “얘야, 텔레비전 꺼라. 그렇지 않으면 평화방송으로 돌리던지” 하는 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그거야 관심가질 사안 밖의 건이니 가르사인의 것은 가르사인에게 맡기라는 성경 말씀대로 대전이든 삼천포든 향촌은 향촌대로이면 족하다.
올 해의 기념일인 오늘은 이웃 동네로 기념 마실을 간다.
의미를 둬도 좋은 곳이다.
지금이야 땅 위 육교와 땅 아래 바다 밑 터널을 통하여 빠르게 지나가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민간인이 함부로 근접할 수 없는 철통같은 보안 구역인 저도(豬島)가 있는 거가대교를 여행하려고 한다.
지금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분이 휴가철에 가족들도 없이 쓸쓸하게 휴가를 지내시며 바닷가에 썼던 “저도의 추억”이라는 글씨가 새롭게 와 닿는다.
인생무상과 권력무상을 절실하게 느끼시는 것을 넘어 감각조차도 무뎌지셨을 것 같은데 건강을 챙기시며 애증의 세월을 잘 이겨내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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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