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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임진강이 부른다

by Aphraates 2021. 12. 23.

세모이지만 세모 같지가 않다.

세월도 그렇고, 코로나도 그렇고, 조직에 매인 것도 그렇다.

한 해가 기울어갈 때 즈음이면 종교 시설로, 전방으로, 불우이웃 시설로, 서울역으로, 쪽방촌으로, 무료 급식소로, 병원으로, 노동 현장으로, 농촌 일터로......, 향하던 유력인사들도 드물다.

사랑이 식은 것이 아니라고 애써 해명한다.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이유를 들며 널리 이해해주시라고 읍소한다.

원님 덕분에 나발부는 정도는 아니나 번잡스러운 행사를 생략하고 조용하게 보낸다.

이런저런 여러가지 사정이 있을 것이다.

일시적인 일탈의 모습인지 아니면, 앞으로는 그렇게 굳어질 현실로 남을지 알 수 없지만 맘이 무디어진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러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고쳐나가려고 노력이라도 기울여야 할 텐데 세월이 약이라는 것을 구실삼아 맘 편하게들 살아가는 모습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그래도 그게 아니다.

다가오는 세모를, 맞이해야 할 새해를 거부할 수는 없다.

거부할 수 없으면 동행하고 즐겨야 맘이 편하다.

억지로 피하려고 하면 되지도 않을 뿐 아니라 피차가 피곤하다.

 

성탄 전전야의 새벽이다.

구만 아버지, 갓난 엄니 기일을 맞아 평안하심을 기도드렸다.

아울러 먼저 가신 기억해야 할 수많은 분과 알 수는 없지만 저승의 모든 이들에게도 영원한 안식을 주시고, 이승의 모든 이들에게도 자비를 베풀어주시라고 청하였다.

 

두루두루 인사를 드리고, 모든 것은 당신께 의탁한다고 매달렸다.

쓸쓸하고 초라하면서도 반갑고 풍족한 날들이 내 안으로 들어오고 있음을 느낀다.

역시 하늘 높은 곳에서는 당신께 영광이고, 땅에서는 당신이 사랑하시는 이들에게 평화다.

 

임진강이 부른다.

연말 부부 드라이브 스루 코스를 태풍 전망대로 잡았다.

몇 년간 가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갈 수 없어 다음으로 또 미루게 됐다.

사정을 알아보려고 연천 군청에 연락했더니 담당 직원이 돼지 열병인가 뭔가로 인한 휴점 상태라고 친절하게 안내를 해줬다.

좀 머쓱했지만 그 맘과 분위기까지 지우고 싶진 않았다.

 

서해안에서 동해안으로 이어진 155마일 휴전선 지도를 펼쳐 놓고 중부 전선 지역을 죽 훑어봤다.

반세기 전 그때 그 시절을 생각하니 감개무량하다.

홍성 장병 집결소, 논산 수용연대, 연무대 훈련소, 황하 각개전투장과 사격장, 동두천역, 봉암리, 28사단 필승 부대, 보충 교육대, 어유지리, 감악산 유격장, 적성면, 임진강, 초성리, 한탄강, 81연대, 소요산, 군자산, 38, 민통선, 남방한계선, 휴전선, 쌍용 OP(태풍 전망대), 민정 경찰, 종달새 GP(132 관측소), 진상리, 화이트교, 백학면, 고랑포, 장남면, 군남면, 왕징면, 미산면, 옥계리, 중산리, 의정부, 파주, 동두천, 전곡, 연천, 대광리, 신탄리, 마장동과 미아리 버스 터미널......, 김 이병에서 김 병장까지의 3년여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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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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