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근무하던 P 아우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절친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직장 동료로서 자별하였던 터라 무척 반가웠다.
서로 안부 인사를 나누며 근황을 물었다.
김(金) 형님은 잘 계신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면서 참 부럽다고 했다.
다 여러분들의 덕분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나름대로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지 장담은 못한다고 했다.
아우님은 어찌 지내시는지 통 소식을 못 들었다면서 잘 지내리라 믿는데 무슨 일이든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고 걱정했다.
정곡을 찌르셨다면서 일을 조금 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사무직 동료들도 마찬가지이지만 할 일이 마땅치 않아 작은 트럭을 하나 사서 서울 쪽으로 개인 영업 운행을 한다는 것이었다.
의외였다.
현직에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르다.
어울리지도 않는다.
그렇게 나서야 했던 이유가 있을 텐데 그를 모르고 함부로 말할 것은 아니어서 건강과 운전을 조심해야겠다고 일렀다.
아우님이 말을 이어갔다.
직장인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정년퇴임을 하고 좀 지나니 앞이 캄캄했단다.
벌어놓은 돈이 있나, 받은 유산이 있나, 받는 국민연금이 많은가 여러 가지로 부족하여 이러다가는 노후자금 몇 푼마저 곶감 빼먹듯이 하여 얼마 못 갈 거 같아서 뭐든 하려고 나섰다는 것이었다.
백번 공감이 됐다.
부족하면 줄이고, 없으면 안 쓰면 된다고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남들 하는 대로 다 따라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으로 해야 할 것들이 많다.
그마저도 외면하거나 체념하면 물 마시고 돌베개하고 누운 공갈 도사가 돼야 한다는 이야기이니 아니 될 일이다.
맹물로 가는 자동차도 아니다.
수소 차를 맹물 차라고 하는 사람도 있긴 하나 잘못된 것이다.
수소를 만들면 그만한 에너지가 소요된다.
차를 움직이려면 휘발유든 가스든 넣어야 하듯이 사람도 다를 바가 없다.
최소한의 영양 공급도 없이 방치하거나 벽면 수도하다가는 고귀한 몸과 맘을 제대로 지킬 수가 없다.
비상금은 비상금이어야 한다.
노후자금은 노후자금이어야 한다.
그를 꼭꼭 숨겨놓고 버텨야지 세상을 복 하면 안 된다.
구들장 짊어지고 누워 벽장 속의 곶감 빼먹듯이 할 것이 아니다.
맨발로 나가 먼지 나는 길모퉁이에 나뒹구는 나뭇가지 하나라도 들고 들어오는 자세가 필요하다.
저기 저 사람들, 재주도 용하다.
눈 하나 까딱 안 하고 곶감을 잘도 빼먹는다.
너무 빼먹다가는 목 달치고, 뭐 메질 텐데 거침이 없다.
임플란트 제조사에서 몇천억 원을 빼 먹고, 구청에서 수백억 원 세금을 빼먹고, 조합에서 단체로 수십억 원씩 빼 먹고 하더니 이번에는 공구의 전통을 이어오던 회사에서 수백 원을 빼먹어 주식 거래정지가 됐단다.
도대체 매출이 얼마이고, 재산이 얼마이고, 관리 감독이 얼마나 허술하길래 피 같은 돈을 그렇게 곶감 빼 먹듯이 해도 표가 안 나고 몰랐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시행착오를 거듭한 후진적인 사고는 없이 할 때도 됐다.
그런데도 교묘한 수법의 대형 금융 사고가 터지는 것을 보면 더 많은 연습과 희생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세상이 아무리 발달해도 속이는 사람이 있고 넘어가는 사람이 있다더니 十人守之 不得察一賊 (십인수지 부득찰일적) 또는 十人之守 難敵一寇 (십인지수 난적일구) 즉, 열 사람이 지켜도 한 도둑 못 막는다는 말이 틀리지는 않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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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