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10.
우편번호인가.
국선이나 모바일 번호인가.
현관이나 금고 비밀번호인가.
전설적인 스파이 007이 쓰거나 명탐정 콜롬보가 풀어낸 난수표인가.
궁금하기에 상상하고 추리하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다 헛짚었다.
13210은 미당 선생이 노학동(老學童) 때 만들어낸 암기 숫자다.
즉, 선언 안전보건법상의 중대 재해를 규정하는 숫자다.
사망자 1인 이상 발생 재해, 3월 이상 요양 필요 부상자 동시 2명 발생 재해, 부상자/질병자 동시 10인 이상 발생 재해를 중대재해로 정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중대 재해 발생시 최고경영책임자에게 그 책임을 묻는다.
적용은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이다.
시행은 올해 1.27부터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유예기간을 둬 2024년부터 적용된다.
줄여 말하면 그동안은 안전은 안전관리 책임자로 임명된 임원/부서장/현장소장/관서장 등의 책임이었으나 법 시행부터는 최고 경영 책임자인 사장/장관/공기관(기업)장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법이다.
그 법은 아닌 밤에 홍두깨가 아니다.
오랜 찬반 논쟁을 거쳐 합의점을 찾아낸 법이다.
안전관련 법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강화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산업재해 예방 내지는 근절이 주된 목적이다.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후진적인 산업재해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인명 중시의 인본주의 법이다.
그럼 그로 인한 부담을 고스란히 안고 가야 하는 경영자는 뭐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건 아니다.
우선 당장은 혼란스럽고 어려울지라도 장래를 생각하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법이다.
가재 잡고 도랑 치는 일거양득 이상의 법이 될 것이다.
안전은 노사정이 함께 안고 가야 할 당면 과제다.
왜곡되고 굴절된 점이 없지 않았던 안전을 정립해야겠다.
안전은 경영자의 의지와 근로자의 실천이 핵심이다.
그동안 많이 좋아졌지만 발전과 성장의 그늘에서 소홀함이 없지 않았다.
안정과 복리 주의를 지향하는 시점에서 감춰졌던 약점을 반성하면서 새로운 시스템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조금만 더 참으면 될 거 같은데 왜 그러냐고 의문도 들겠지만 높고 넓게 봐야 한다.
앞으로는 환경과 노동 문제 같은 글로벌한 이슈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수출입 의존도가 60%(일본 30%, 미국 20%)에 이르는 우리로서는 버티기 어렵다.
잠시라도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탄소배출이나 인간존중 안전경영의 국제적 수준을 맞추지 못하면 수입도 수출도 할 수가 없다.
3-5차 산업의 리더는 고사하고 식량 자급률 50% 미만의 1차 산업국가 체제를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니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름도 으스스하다.
짓누르는 압박감도 크다.
그러나 변화의 한 획을 긋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맹점과 실수를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고쳐나가야 한다.
품질과 함께 안전도 예외는 없다.
갈수록 진일보하고 있으나 흠이 없다 할 수 없다.
점진적이면서도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페이퍼 워크(Paper Work, 서류작업) 위주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겠다.
법이 참 많기도 하다.
환영하기는 싫다.
법을 만들고, 집행하고, 판단하는 입자에서는 어떤지 모르지만 그를 지켜야 하는 입장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꼼짝달싹 못 할 것 같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렇게 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다고 합의하여 나온 것인데 지켜야 한다.
잘 살아야 한다.
급변하는 시류에 잘 적응하면 성공이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니 얼굴 찡그리며 밀쳐내지 말고 환하게 웃으면서 동행해야 만수무강에 지장이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게 중요하다, 저게 중요하다, 그게 중요하다 하면서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듯이 이야기한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소중은 한 것은 인명이다.
창조주인 하느님께서 우리 부모님을 통하여 만들어주신 하나뿐인 인명은 왕의 것이든 불가촉천민의 것이든 소중하기로는 똑같다.
왕한테 너는 죽을래 아니면 천민이 될래 하고 물으면, 천민한테 너는 왕이 될래 죽지 않으래 하고 물으면 살아야 한다고 답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죽음으로 답하겠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인명은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다.
제일 소중하다.
스스로 지켜야 한다.
인명재천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를 쉽게 용인해서는 안 된다.
그런 면에서 이기적인 것을 싫어하면서도 싫어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액자보호의 서양 사고방식이다.
자기를 스스로 지킬 수 없는 영유아, 노약자, 질환자 등에게 위해를 가하였을 때는 다른 어떤 경우보다도 가혹하게 처벌하도록 한 법은 긍정적이다.
피눈물로 보릿고개와 개발도상기를 거쳐 세계 10위권의 선진 강국으로 우뚝 선 우리도 다른 데서 좀 손해를 볼지라도 지키고 간직해야 할 것 이를테면, 인간존중 같은 것은 반드시 이룩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인지 그를 뛰어넘거나 피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자체가 곧 실패와 오만과 낙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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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