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이면 대전과 삼천포 두 살림살이가 대전에서 하나로 합쳐진다.
언제 다시 어떤 식으로 갈라지고 합쳐질지 모르지만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니 스마트하게 하나를 만들어야겠다.
지난주부터 이사가 시작됐다.
마지막에 갖고 갈 것을 최소한으로 남겨 놓고 짐을 옮기기 시작했다.
들춰내니 조촐하게 생각했던 살림살이가 만만치가 않다.
꼭 필요한 것만 갖추고 최대한 억제한다고 하였지만 하루를 살아도 있을 거는 다 있어야 한다는 소리가 정곡을 찌르듯이 야금야금 늘어난 살림살이가 상당히 많아졌다.
포장이사는 몰라도 용달차라도 불러야 할 정도로 살림살이가 불어나 새롭게 한 살림을 차려도 충분할 것 같았다.
이번 주에도 삼천포 짐을 정리했다.
다음 주까지 세 번에 걸쳐 정리하여 대전으로 갖고 가면 끝날 거 같다.
남일대 입구 향촌동 사택의 가사 도구는 데보라가, 발전소 감리단 사무실의 사무용품은 미당 선생이 역할을 분담하여 정리하고 있다.
정신없이 이삿짐을 싸다 보니 땀이 나고 궤타리가 줄줄 흘러내리고 했다.
집안과 사무실 곳곳 있어야 할 곳에 정리돼 있을 때는 몰랐는데 하나둘 끄집어내서 정리하고, 포장하고, 승용차로 옮기다 이게 다 어디서 나왔나 할 정도로 많고 복잡하다.
쓰던 물건을 과감하게 버리는 성격도 아니어서 더 그렇다.
남들이 보면 폐품 같은 것일지라도 함부로 버리면 벌 받는다는 생각에 챙기다 보니 더 그런 것 같다.
1980년대 중후반에 걸쳐 산 K 구두, L 등산화, 오래되진 않았으나 혓바닥이 날름거리는 것처럼 낡은 운동화가 있다.
함부로 신거나 버려서는 안 된다는 신발의 좋은 이미지를 삼천포에 기념으로 남겨두자고 부부간에 합의하였지만 벗어 놓은 것을 요모조모 살펴보니 “아직 성성한데” 하는 소리가 나왔다.
짐을 싸다 보니 맘이 조금 출렁거린다.
처음 낯선 이곳에 올 때는 모든 것이 어설프고 낯선 타향살이였다.
지금 정든 이곳을 떠나려니 미련과 아쉬움이 남는다.
왜 이렇게도 공사가 지연되는 것인지 빨리 끝나고 갔으면 좋겠다고 하던 것이 죄송스럽다.
풍경 좋고 먹거리 풍부한 따뜻한 남쪽 마을 한려수도가 얼마냐 좋으냐는 말에 시큰둥했던 것이 후회스럽다.
여러모로 유익하고, 행복하고, 고마운 삼천포의 날들이었다.
여기를 중심으로 상하행(上下行)으로 하여 전라도와 경상도 일원 안 가본 데가 없을 정도로 여러 곳을 여행하는 즐거움을 누리기도 했지만 다시 그런 주어지지 않을 텐데 좀 더 세심하게 챙겼어야 하는 것이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고달픈 인생살이를 생각하면 맘이 무디어져 야수성이 인다.
그러나 지쳐 지나가는 소중한 인연 하나하나를 되돌아보면 맘이 여려지고 눈물이 나는 감수성이 되살아난다.
이럴 때는 이기일원론이니 이기이원론이니 하면서 인생이 다 그런 것이 아니냐면서 모든 것은 생각하고 행동하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철학가와 사상가가 되어 눈을 지그시 감고 만다.
처음과 끝이라는 의미의 차원이 좀 차원이 다르긴 하다.
그래도 성경 요한묵시록의 <"나는 알파요 오메가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라는 말씀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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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