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江口).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곳 중의 하나로 국내 여행지 베스트 10에 늘 들어간다는 곳이다.
영덕군에서는 가장 큰 항구라고 하지만 올망졸망한 작은 포구다.
그런 항구가 알게 모르게 명성을 날리는 영덕 대게의 본향이어서다.
그리고 뭔가 끌리는 것이 있는 듯하다.
추억과 그리움이 묻어나는 곳이다.
강구에는 몇 번 갔었다.
단체로 또는, 부부가 동해안 일주를 하면서 별 생각 없이 들렸었다.
그런데 어제는 작심한 여행이었다.
심오한 의미를 부여해도 좋은 나들이였다.
평소 다니던 190km에 3시간이 걸리는 대전-지리산-삼천포 길보다도 거의 세 배나 더 먼 길을 빙 돌아 삼천포로 귀임하였다.
둔산동-신탄진-청원/청남대-보은/속리산-상주-선산-영천-안동-청송-영덕-강구-청송-의성-구미-군위-대구-달성-창녕-영산-창원-함안-진주-사천-삼천포로 달린 502km의 거리였고, 잠시 체류 시간을 합하여 12시부터 20시까지 8시간이 소요됐다.
무리했다고도 볼 수 있었던 사연인즉 이렇다.
남풍이 따뜻하고 다정했다.
해풍이 차가웁고 매정했다.
여지 없이 음양의 조화를 이루었는데 결론은 아름답고 고마운 삼천포의 3년이었다.
정리하는 3년이 미묘하다.
감성적으로 눈물이 난다.
이성적으로 용기가 난다.
만감이 교차하는데 결론은 거부할 수 없는 작별이다.
예정되고 바라던 작별이었다.
하지만 막상 닥치니 뭔가 놓고 가는 듯한 기분이다.
미련과 아쉬움이 있다.
하나 작별을 고민할 것은 없다.
고고한 법어의 가르침이 아니더라도 회자정리(會者定離) 이자정회(離者定會)는 다 아는 사실이니 어찌 받아들여야 하지만 기준을 잡고 실행하면 된다.
그렇다.
바다는 다 같은 바다다.
동해는 남해로, 남해는 동해로 통한다.
그리 만나고 헤어지는 것을 떠나는 삼천포에 작별을 고하고 싶진 않았다.
눈물을 보이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강구로 갔다.
손자병법의 성동격서를 흉내 낸 것은 아니고 그리하고 싶었다.
한 마리 OO 만 원이라는 대게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포구를 한 바퀴 돌다가 한적한 곳에 내려서 짙푸른 동해의 망망대해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대견스러워 보이기도 했고, 작아 보이기도 했다.
불어오는 북풍을 향해 좋은 삼천포였다고 외쳤다.
그리고 남해가 되든 동해가 되든 또는, 서해가 되든 아름다운 날들과 소중한 인연이 되자고 소리를 질렀다.
한데......,
강구에 대한 느낌도 예전과는 사뭇 달랐다.
짜증날 정도로 터널이 많은 당진-영덕 고속도로였다.
그만큼 산악 지역을 가로질렀다는 이야기다.
인가가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보이는 곳이 많았다.
오가는 차량은 그리 붐비지 않았는데 강구는 달랐다.
대개 집 몇 집에 노점상 간간이 보이던 예전의 한적한 바닷가가 아니었다.
활황이고 활력이 넘쳤다.
면인지 읍인지 모르나 영덕군민 아니, 동해안 사람들을 다 먹여 살릴 듯한 기세였다.
그 많은 대게가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했다.
번듯한 건물과 올망졸망한 노점상이 몇 개인지 헤아릴 수도 없이 많았고, 기분 좋게 대게를 즐겼는지 포만감이 넘쳐 보이는 얼굴에 대게 상자를 든 손의 사람들이 북적였다.
갱구 사람들 스스로가 개척하여 터를 잡은 것인지 외부 세력이 진입하여 평정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대단한 항구였다.
지역 상권이 죽는다, 징사가 잘 안 된다, 취직이 안 된다, 미래가 걱정된다, 먹고 살고 힘드니 대폭 지원을 해달라......, 그런 말을 하고 듣는 것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활활 타오르고 있는 강구는 더욱더 축복받을지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천우신조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만한 피와 땀과 눈물이 뒤따라야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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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