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문화동 학교

by Aphraates 2022. 3. 20.

100점 만점이다.

만점의 60%60점이면 합격이다.

만점의 70% 수준이 목표인데 어림도 없다.

100점의 50%60점의 80% 수준으로 끝났다.

 

망신살 뻗쳤다.

지난해 7월 시험 이후로 두 번째다.

이 정도 시험은 쭉쭉 써내고 너끈히 합격해야 하는 데 실패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니 망신이다.

다른 사람에게 망신이 아니다.

자신에게 망신살 뻗쳤다.

기분이 영 안 좋다.

그러나 후유증은 길지 않다.

의기소침한 경험이 풍부한 영향이다.

그게 한계일 수도 있으니 그를 벗어날 수 있는 모종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는 반성이 된다.

 

이틀 만에 회복했다.

세상 뒤집힐 듯한 코로나가 이제는 대수롭지 않아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래, 네가 왔구나. 좀 머물다 가거라하는 식으로 되어 수십 만명이 확진되어도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면역과도 비슷하지만 깊은 연관성은 없는 별개의 사안이다.

실상 실패했어도 머리가 팽 돌거나 두 다리 힘이 쪽 빠지는 것은 아니다.

연례행사가 돼서는 안 된다는 걱정이 좀 있었을 따름이다.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는 데 얼토당토 안 해 허망하고 오기도 생긴다.

기술한 문항별로 점수를 놓고 시험 당일에 씨름하던 내용을 복기해봤다.

대체로 예상했던 대로이지만 비켜나간 문제도 있다.

출제 의도를 몰랐거나 답을 몰랐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으로 실패의 요인이 아닐까 한다.

예기치 못한 망신이 때로는 보신이 될 수도 있다.

역으로 잘 활용하는 기술도 필요할 것 같다.

안 되는 것을 억지로 하려고 한다면 무리이겠지만 될 수 있는 것을 공들여야 하는 것은 순리다.

그를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는 각오도 새로이 해본다.

 

 

 

문화동에서의 또 다른 시험에서는 여유가 있었다.

자신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에 더 가까운 편이었다.

대부분이 면제받고 경영학 필기와 최종 면접만 보면 된다는 경쟁력도 한몫을 한 편이다.

3과목 90분간 시험을 치러야 하는 다른 수험생들과 달리 1과목 30분간 치르고 나오는데 뒤통수가 가려웠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기본 실력이라고 해봐야 눈깜땜감하는 수준이긴 했으니 합격 불합격과 관계없이 기다리던 시험을 치렀다는 홀가분함이 먼저 느껴진 것이다.

 

쌀쌀한 날씨에 히터를 빵빵하게 틀고 집으로 출발했다.

시험장인 문화여중 앞에 있는 국제통상고등학교 옆을 지나면서는 교장 친구가 봉직하던 학교라는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좀 떨어진 미당 선생의 모교 충남기계공고 앞 육교를 건너면서는 리모델링을 하긴 했으니 반세기 전의 모습 그대로인 언덕배기 위의 본관 건물이 여러 가지를 회상케 했다.

 

망신을 당하는 것도, 체면을 차리는 것도 건강하게 살아있을 때 이야기이니 그럴 수 있는 것만도 고맙게 여기며 선하고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는 그렇게 하려고 하는데 세상이 그렇게 놔 두지 않는다는 핑계는 대지 말고 또,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지나치는 말로 여기지 않고 잘 살아야 하는 당위성은 누구한테라도 마찬가지이니 그를 벗어나는 우를 범하지 말자고 약속도 다시 했다.

 

http://blog.daum.net/kimjyyhm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궁  (0) 2022.03.22
장독돌  (0) 2022.03.21
합이 몇 년  (0) 2022.03.19
이것이냐 저것이냐  (0) 2022.03.19
다 오른다고  (0) 2022.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