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이 평양에서, 삼국이 평양과 한성(웅진과 사비)과 금성에서, 고려가 개경에서, 조선이 한양에서 자리를 잡아 나라를 일으켰다.
그중에서 천도(遷都)한 것은 위화도 회군의 역성혁명으로 고려를 무너트리고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였다.
그를 훈수한 것은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豕眼見惟豕),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佛眼見佛矣)”이라고 농담 겸 직언을 한 무학대사였다.
정사와 야사의 역사를 통해서 알 수 있다.
터전을 옮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현상 유지로 안정을 바라는 보수적인 사람들로서도 그렇고 현상 타파로 개혁을 바라는 진보적인 사람들도 그렇다.
새 터전이든 헌 터전이든, 좋은 터전이든 안 좋은 터전이든 여태까지 살아온 터를 미련 없이 버리거나 과감하게 바꿔 새로운 지평을 연다는 것은 대단한 결심이자 모험을 하는 것이다.
섣부르게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시대 상황에 따라 해야 할 것 같으면 하고 안 해야 할 것 같으면 안 하면 될 것이다.
조선 개국이 1392년이다.
수도는 한양이었고, 왕궁은 지금의 청와대 자락 경복궁이었다.
그 기조는 고난의 일본 강점기를 거쳐 지구촌 10위권의 나라로 자리매김한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죽 이어왔다.
그런데 수도인 서울을 지방으로 옮기는 문제가 박정희 대통령 시대부터 거론되다가 노무현 대통령 때 비록 반쪽이라고 하지만 세종으로 되었다.
행복도시(行福都市)가 행복도시(幸福都市)란 이름으로 바뀌어 둥지를 튼 것인데 남북 문제아 경제 문제 같은 중요한 사안들이 얽히고설켜 필요성과 효용성 논쟁이 진행 중이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문제다.
천궁(遷宮)은 여러 번 있었던 것 같다.
언뜻 떠오르는 것이 선조가 왜란을 피해 평안도로, 인조가 호란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견훤(?)이 한성에서 웅진으로, 고종이 경복궁에서 덕수궁으로......, 왕궁을 옮기는 경우가 제법 있었던 것 같다.
왕권이 안정되고 백성이 평안한 태평성대 같으면 왕궁을 옮길 이유가 없었겠지만 뭔가 환란이 닥치거나 불화가 일면 그를 모면하거나 극복하기 위하여 특단의 조처를 했다.
청와대로 갑론을박이다.
찬반 의견이 팽팽한 것 같은데 아사 무사하다.
어디론가 옮기는 것도 괜찮을 듯하고, 멀쩡한 것을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것은 안 괜찮을 듯하여 이전 논리에 대한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저울추가 조금 기울였다 안 기울었다 한다.
주관이 없이 흐리멍덩한 것 같은데 그런 면이 없지 않긴 하나 잘 모르면서 머리띠 두르고 북 치며 고성방가하면서 어느 편을 들 것은 아닌 것 같다.
결정되고 진척되는 것에 따라 내 할 일을 하고 공동체에 일조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천궁 이미지를 삽입하려고 찾았더니 궁을 옮긴다는 천궁은 없고 미사일 천궁만 수두룩하게 쏟아졌다.
그러고 보니 천궁은 살상파괴 무기로서나 찬반 논란으로서나 가공할 무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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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