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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주병酒甁

by Aphraates 2022. 3. 23.

청양 큰 형님네와 예산 작은 형님네를 돌아서 왔다.

귀향 인사는 전에도 드렸지만 정식으로 다시 드리고 싶어서였다.

큰 형수님과 작은 형수님께서 먹기 좋게 다듬어진 시금치, 쪽파, 냉이, 미나리와 함께 쌀 한 포대와 김치 두 통을 실어주셨다.

고맙다는 인사는 데보라가 했다.

미당 선생은 둘이서 이걸 언제 다 먹느냐고 즐거운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자 양 댁에서 공히 하시는 말씀이 성당과 아파트에서 나눠 먹으란 것이었다.

큰형님께서는 광으로 가시더니 제법 묵직해 보이는 뭘 들고나오셨다.

제수인 데보라한테 건네시면서 도자기인데 아파트 같은 데에서는 장식품으로 놓으면 좋을 거라고 하셨다.

 

두말할 것 없이 웃으면서 그를 얼른 받아 차 뒷좌석에 실었다.

대전 향촌 집에 도착하여 뭔지 풀어보니 겉모양이 좀 특이한 백색 주병 도자기였다.

얼른 세정제를 뿌려 닦았다.

조심스럽게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하고는 탁자 위에 놓으니 뽀얗고 깨끗해 보였다.

요리조리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도자기 밑면에 쓰여 있는 낙관도 살펴보았다.

그러나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어느 시대 무슨 도자기인지, 진품인지 모조품인지, 비싼 것인지 싼 것인지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알고 싶은지도 물어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거하고는 상관없이 소중하게 여겨졌다.

고향에서 사시는 큰 형님께서 장식용으로 쓰라고 도시에 사는 막냇동생한테 맘으로 주시는 것인데 그게 술병이면 어떻고 꽃병이면 어떤가.

비록 구만 아버지와 갓난 엄니는 벌써 가셨지만 부모에게 하는 효도 중에 가장 큰 효도는 형제간의 우애라고 했거늘 세상이 아무리 요동치고 변한다 해도 그는 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우애가 친형제 자매만이 아니라 이웃 간에도, 남북 간에도, 국가 간에도 잘 기리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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