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남기지 말라는 말이 맞는 것 같은데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발자취를 남기고 싶어 하는 심리도 있는 것이다.
좀 차이가 있긴 하나 호사유피인사유명(虎死留皮人死留名)라는 말과도 비교해볼 수 있을 것 같다.
3주 만이다.
삼천포 자욱이 대충 정리되고 있다.
3년간 살던 곳에 대한 맘이 정리되려면 아직 더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주섬주섬 싸 싣고 온 살림살이는 하나로 합쳐졌다.
둘이 나눠서 조금씩 정리했다.
데보라는 살림살이를 정리했고, 미당 선생은 업무용 자료들을 정리했다.
사무실 자료 등 소프트웨어(S/W)는 일목요연하게 마무리됐고, 서류와 서적 등 하드웨어(H/W)는 분류하여 8개 중대형 박스에 담아 앞 베란다에 쌓아 놓았다.
하드웨어도 모두 파일화되어 관계자들끼리 공유하고 있어서 특별히 찾을 일이 없을 것 같긴 하나 정식으로 폐기처분하기까지 혹시 몰라서 들고 왔다.
올라올 때 삼천포의 사무실과 사택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왔다.
먼지 하나 없을 정도였다.
다른 후임자나 입주자가 오면 그들 생각대로 사용하게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아 전임자들한테 자문해보니 그게 맞는다고 하여 그리했다.
그런데 빠진 게 있었다.
역시 완전무결은 없는가 보다.
올라와 짐을 정리하다 보니 두 가지가 없었다.
하나는 욕실 입구에 표 안 나게 걸어 놓은 효자손이다.
다른 하나는 장독돌이었다.
그것은 일부러 버리고 왔다.
대전에 가도 창고에 여러 개가 있는데 굳이 갖고 갈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버렸는데 데보라가 짐 정리하면서 그걸 찾았다.
버리고 왔다고 했더니 그게 제일 좋은 장독돌이서 갖고 내려갔던 것인데 버렸다니 짐 정리하면서 소통이 부족했다며 아쉬워했다.
칼로 무 자르듯이 흔적을 없애야 좋은 것이 있다.
또한, 긴 여운을 남겨야 삶이 아름다워지는 발자취도 있다.
안 좋은 것은 척결하고 좋은 것은 기려야 하는데 그게 불분명하거나 오해하여 거꾸로 되는 경우도 없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먼바다를 가다 보면 순항일 때도 있고 난항일 때도 있으니 그를 순리대로 받아들이고 꿋꿋하게 나아가는 날들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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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