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 최종 실정보고(實情報告) 차 부산에 출장을 다녀왔다.
어제는 용전동 사옥에서 입찰 면접을 보고 왔다.
두 건 다 원만한 결과가 도출되었다.
양측 모두 시스템적이고 원칙적인 시행이 담보되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성실과 최선이 그런 결과를 만들었다고 감히 장담할 수 있다.
준비를 철저히 하고 예의를 다 갖췄다.
공적으로 보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사적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다.
일상적으로 임하는 일이나 무척 조심스럽다.
신경이 많이 쓰인다.
현직 재직 시에 근무하던 사옥에 감리(도급) 업체 신분으로 하는 출입이다.
후배를 리드하며 업무를 하던 선배가 후배로부터 리드를 당하며 업무를 해야 하는 관계이니 자연스럽게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평등으로, 주종으로, 상하로, 갑을로의 관계 볼 수도 있으나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주어진 과업의 목표를 달성하느냐가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큰 장애는 없지만 저변에 묘한 기류가 조금 흐르는 것은 현실적인 문제다.
정점을 향해 올라갈 때는 이끌던 사람들이 아래로 내려갈 때는 이끌림을 당하는 것도 조금 어색하긴 하나 당연한 수순이다.
상전벽해라던가 모퉁이 돌이 머릿돌이 되었다는 그런 비유를 할 것이 아니라 세상의 이치와 인간의 도리가 그리 형성되는 것이나 호불호를 말할 사안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관계도 오래가진 못할 것이다.
흐르는 물을 역류시킬 수는 없다.
일정 세월이 가면 새로 들어오는 후배들이 기존의 후배들인 선배들을 밀어 내리면서 끝자락에 붙어있던 앞의 선배들은 갈 곳이 없어 내려앉게 될 것이다.
그러면 신입 후배들과 기출 선배들하고는 일면식이 없고 매칭이 안 되어 병아리 눈물만큼이나마 유지를 하던 선후배의 모양새도 흐려지면서 거의 남남이나 마찬가지로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지킬 것은 확실하게 지켜야 한다.
경험 많은 선배라고 무게 잡을 게 없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후배를 옛날 후배로 보면 곤란하다.
신식에 익숙한 후배라고 해서 위계질서를 무시할 것도 아니다.
선배를 전관예우나 바라는 성가신 구닥다리라고 여긴다거나 하면 보이지 않는 장벽이 생기고 금이 간다.
선후배 관계가 원칙과 기본에 충실해야지 그를 벗어난다면 흘러들어오는 물이나 흘러나가는 물이나 혼탁해질 것이다.
또 그런 역학관계가 어제의 선입이니 오늘의 후입에게도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인데 그를 부인하거나 무시하면 돌아오는 것은 이해득실(利害得失) 중에서 무엇인지를 생각하면 매우 조심스러울 것이다.
보고서를 만들 때 출판사 사장님의 한 넋두리가 생각난다.
자료를 건네주면 깨알같이 적은 시방서(示方書)를 건네며 설명을 했다.
설명이 끝나자 묵묵히 듣고 있던 사장님이 무슨 얘기인 줄 알았다며 일하는 것보다 사족을 다는 것이 더 어렵다면서 결국은 잘 만들어달라는 말씀 아니냐고 하시어 그렇다고 했다.
걱정하시지 말라고 하여 잘 부탁한다며 돌아왔다.
그런데 나중에 제작된 최종본을 받아보니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만족스럽게 된 것은 아니었다.
시방서대로 하려고 노력한 것은 역력한데 잘 지켜지지 않아 미흡한 부분도 적지 않았다.
고객의 요청 사항을 귀담아듣고 그에 맞추려고 노력은 했지만 사장님대로의 방식을 크게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이었고, 그게 상호 관계를 약간 훼손시킨 결과가 된 것이다.
역시 계약서나 날인보다도 꽌시(关系,guān‧xi, 관계)를 중시한다는 중국식 상술이 통하는 것은 어디서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좀 더 바란다면 주먹구구식 관계가 아니라 원리원칙에 기반을 둔 관계라면 더욱더 좋고 발전적으로 될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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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