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경로를 통하여 많은 소식을 접한다.
사적인 것도 있고, 공적인 것도 있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화들짝 놀랄 것도 있고 무관심하게 들으나 마나 한 것도 있다.
낭보(朗報)도 있고, 비보(悲報)도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 간절하게 원하는 것도 있고, 부담스러워 원치 않는 것도 있다.
속이 거북하면서 하품이 계속 나왔다.
연일 계속되는 안건에 신경을 쓰는 데다가 며칠간 미루던 병원에 다녀오다 보니 아무래도 잠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아 억지로 낮잠을 청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소리에 가물가물하며 한참을 뒤척거리다가 간신히 잠이 들었다.
그렇게 신나게 잔 거 같지 않은데 꿈을 꿨다.
꿈이 다 그렇지만 예사롭지 않고 요상했다.
가볍게 지나칠 일장춘몽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뭔지 모르게 걸리는듯한 불편함과 걱정스러움이 있는 꿈이어서 자고 난 후에도 머리가 묵직했다.
꿈속이었다.
반세기 전의 귀인이 나타났다.
만나서 다른 가족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 밥을 먹었다.
자리는 같이했는데 일면식도 없는 손님처럼 모른 채로 밥을 먹었다.
별다른 얘기도 없었다.
분위기를 북돋을 것도 없었다.
미당 선생은 잘 아는데 몰라보는 귀인이 안타까웠다.
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힐끗힐끗 바라보았다.
귀인은 누가 와서 밥을 먹는지 전혀 관심이 없는 듯했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묵묵히 밥을 먹고 있었다.
몰라보는 것이 서운했지만 세상에 그럴 수 있느냐고 할 수도 없었다.
밥을 다 먹고는 갖고 간 몇 가지 선물을 귀인의 어머니한테 전해드렸다.
다 마치고 문을 나서는데 귀인도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 모를 애의 손을 잡고 내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얼른 뒤따라갔다.
“내가 OOO입니다” 하고 반갑게 말했다.
귀인은 여전히 무관심이었다.
그러냐는 식으로 한번 바라보더니 아기의 손을 꼭 잡고는 걸어갔다.
야속했다.
그러나 귀인의 심사를 어지럽게 하고 싶지 않았다.
얼른 귀인을 앞서 총총걸음으로 공원 언덕으로 올라섰다.
귀인을 애틋하게 여기는 맘을 몰라주는 것이 서운하고 슬펐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혹시나 하고 뒤돌아보며 손을 흔들었지만 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자기 애하고 뭔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답답했다.
아픈 맘을 달래기 위하여 담배를 한 대 피우려고 담배를 꺼냈다.
그런데 그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 사람이 다가오더니 금연 구역인 공원에서 담배를 피우면 어떻게 하느냐며 핀잔을 줬다.
귀인 생각에 반박할 힘도 없었다.
담배를 피우려고 한 것이 아니라며 얼른 담배를 담뱃갑에 집어넣으면서 화풀이를 하려다가 잠이 깼다.
꿈이 아리송했다.
몰래 귀인을 찾아간 곳이 어디인지, 귀인이 손아래인 것은 맞는데 여자인지 남자인지, 무슨 일로 왜 거기에 갔는지, 그 당시는 금연 구역이 없었는데 왜 지금의 금연 구역이 나타나고, 뭐가 그리도 가슴 설레고 조심스러운 방문이었는지......, 아무리 꿈이라고 하지만 매칭되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꿈보다는 해몽이라고 좋게 해석하려고 해도 좋은 꿈이라기보다는 안 좋은 꿈이라는데 방점을 팡 찍어야 할 정도로 뒤태가 남는 꿈이었다.
주몽(晝夢) 그대로였다.
뭔가 아련하여 여운이 남았다.
베란다에서 콩나물을 다듬다가 잠자리에서 일어나 베란다로 나오는 데 데보라가 “많이 잔 것은 아니지만 졸릴 때는 그렇게 조금 자고 나면 가뿐하지요” 하면서 웃었다.
그렇다고 고개를 끄떡이며 베란다 의자에 앉아 앞에 놓은 사다리에 발을 얹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밖을 바라보노라니 맘은 편칠 않고 서글펐다.
까치가 재잘거리는 꿈이든 까마귀가 울어대는 꿈이든 이제는 별다른 감정 없이 받아들여야 하고, 반가운 소식보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 더 많아지는 것을 감내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비몽사몽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꿈길이든 현실이든 흘러가는 세월이 무심하다.
기왕 흘러가는 거 좋은 일들이 더 많았으면 좋으련만 무엇이 좋은지 감조차도 무디어지는 것 같다.
밖으로 보이는 유모차를 타고 가는 아이나 휠체어에 끌려가는 늙은이나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게 오가는 길은 다르지 않을 텐데 그 결은 하늘과 땅이니 그 중간을 어찌 조율해야 하는 것인지 멍때리기 상태로 들어서는 것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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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