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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오랜만이올시다

by Aphraates 2022. 5. 18.

거실에 앉아서 전기기술인잡지를 보고 있었다.

오랜만에 초인종이 울렸다.

우리 집은 물론이고 위아래와 앞집의 소음공해이기 때문에 방문자 대개는 문을 똑똑 두드리는데 누군가 거침없이 초인종을 울리는 것으로 봐 누가 그러는 것인지 짐작이 갔다.

기다렸다는 듯이 누구세요하고 총알처럼 나가 현관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고 바로 문 앞에 놔둔 택배 박스가 문짝에 걸려 밀려났다.

택배였다.

급증한 물량 때문에 택배원들께서 바쁘기도 하겠지만 코로나 문제와 관련하여 비대면 배송을 하는 단계의 하나인 것이다.

 

오늘 아침 일찍 인터넷 서점인 Y사에 주문한 책이 도착했다.

참 빨리도 왔다.

빨리빨리가 다이내믹(Dynamic,역동적)하다.

이른바 당일배송에 총알 배송이었다.

인터넷으로 주문을 할 때 긴급하다고 명시한 것도 아닌데 카톡을 통하여 주문 배송 단계마다 알려주더니 해가 지기 전에 온 것이다.

 

내용물은 책 두 권이다.

안전인(安全人)이라면 섭렵하여 해박해야 할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 재해 처벌법의 핸드북과 전기인(電氣人)의 필독서라 할 수 있는 신규 제정 시행되는 KEC(한국 전기설비 규정)의 해설서다.

법이나 규정을 오프라인의 책이 아니라 온라인의 인터넷을 통하여 얼마든지 검색하여 볼 수도 있지만 가톨릭이 성경과 성무일도와 전례서를 분신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것처럼 아무래도 갖고 다니기 편하고 활자로 보는 것이 효율적인 책을 십만 원 정도의 비용을 들여 신 것이다.

앞으로는 집이나 사무실에 있든 현장에 가든 가이드북으로 갖고 다녀 이른 시일 안으로 둘에 대해서 익숙해지도록 할 생각이다.

배송된 박스를 거실로 들고 바로 열었다.

Y사 마크가 들어간 사은품 머그잔을 꺼낸 다음 두 권의 묵직한 책을 꺼내면서 잘 보겠노라는 생각으로 오랜만이올시다. Y 선생, 한동안 소원했소이다하고 중얼거리며 환영 인사를 했다.

자주 이용하던 Y사였는데 한동안 뜸했다.

몇 년 전만 해도 로열 등급 회원이었지만 삼천포에 가면서부터는 이용이 거의 없어 일반회원으로 격하된 상태다.

 

책을 좋아한다.

물론 좋아하는 만큼 알맹이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책을 좋아하는 것과 그를 통한 지식과 지혜가 높이는 것과는 별개인데 친해지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책에는 후하다.

다른 데도 인색하다는 소리는 안 듣는다.

특히 주책(酒冊, 술과 책)에는 너그럽다.

산 책을 반복하여 숙독하기도 하고, 그냥 책장에 꽂아 놓기도 하는데 관심이 가고 필요한 책을 사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과거는 그랬지만 지금은 그런 감정이 많이 퇴색했다.

돈도 없지만 돈이 있어도 쓸 일이 별로 없을 것 같고,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지만 진수성찬을 접해도 침이 안 고일 것 같고, 배우고 익히는 것은 끝이 없어 늘 부족하지만 알아도 별 재미가 없을 것 같다.

마음의 양식이 황량해졌다.

안타깝고 서글픈 일이지만 세월이 그런 걸 어쩌겠는가.

쓰질 디 없는 옹고집이나 웃기는 시저리나 안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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