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 앉아서 “전기기술인” 잡지를 보고 있었다.
오랜만에 초인종이 울렸다.
우리 집은 물론이고 위아래와 앞집의 소음공해이기 때문에 방문자 대개는 문을 똑똑 두드리는데 누군가 거침없이 초인종을 울리는 것으로 봐 누가 그러는 것인지 짐작이 갔다.
기다렸다는 듯이 “누구세요” 하고 총알처럼 나가 현관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고 바로 문 앞에 놔둔 택배 박스가 문짝에 걸려 밀려났다.
택배였다.
급증한 물량 때문에 택배원들께서 바쁘기도 하겠지만 코로나 문제와 관련하여 비대면 배송을 하는 단계의 하나인 것이다.
오늘 아침 일찍 인터넷 서점인 Y사에 주문한 책이 도착했다.
참 빨리도 왔다.
빨리빨리가 다이내믹(Dynamic,역동적)하다.
이른바 당일배송에 총알 배송이었다.
인터넷으로 주문을 할 때 긴급하다고 명시한 것도 아닌데 카톡을 통하여 주문 배송 단계마다 알려주더니 해가 지기 전에 온 것이다.
내용물은 책 두 권이다.
안전인(安全人)이라면 섭렵하여 해박해야 할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 재해 처벌법의 핸드북과 전기인(電氣人)의 필독서라 할 수 있는 신규 제정 시행되는 KEC(한국 전기설비 규정)의 해설서다.
법이나 규정을 오프라인의 책이 아니라 온라인의 인터넷을 통하여 얼마든지 검색하여 볼 수도 있지만 가톨릭이 성경과 성무일도와 전례서를 분신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것처럼 아무래도 갖고 다니기 편하고 활자로 보는 것이 효율적인 책을 십만 원 정도의 비용을 들여 신 것이다.
앞으로는 집이나 사무실에 있든 현장에 가든 가이드북으로 갖고 다녀 이른 시일 안으로 둘에 대해서 익숙해지도록 할 생각이다.
배송된 박스를 거실로 들고 바로 열었다.
Y사 마크가 들어간 사은품 머그잔을 꺼낸 다음 두 권의 묵직한 책을 꺼내면서 잘 보겠노라는 생각으로 “오랜만이올시다. Y 선생, 한동안 소원했소이다” 하고 중얼거리며 환영 인사를 했다.
자주 이용하던 Y사였는데 한동안 뜸했다.
몇 년 전만 해도 로열 등급 회원이었지만 삼천포에 가면서부터는 이용이 거의 없어 일반회원으로 격하된 상태다.
책을 좋아한다.
물론 좋아하는 만큼 알맹이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책을 좋아하는 것과 그를 통한 지식과 지혜가 높이는 것과는 별개인데 친해지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책에는 후하다.
다른 데도 인색하다는 소리는 안 듣는다.
특히 주책(酒冊, 술과 책)에는 너그럽다.
산 책을 반복하여 숙독하기도 하고, 그냥 책장에 꽂아 놓기도 하는데 관심이 가고 필요한 책을 사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과거는 그랬지만 지금은 그런 감정이 많이 퇴색했다.
돈도 없지만 돈이 있어도 쓸 일이 별로 없을 것 같고,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지만 진수성찬을 접해도 침이 안 고일 것 같고, 배우고 익히는 것은 끝이 없어 늘 부족하지만 알아도 별 재미가 없을 것 같다.
마음의 양식이 황량해졌다.
안타깝고 서글픈 일이지만 세월이 그런 걸 어쩌겠는가.
쓰질 디 없는 옹고집이나 웃기는 시저리나 안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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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