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영병은 중대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으로 분류됐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국민의 4대 의무의 하나인 병역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주도 세력인 군사 정권을 거부하는 듯한 불법행위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범죄였다.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탈영병은 대개 총이나 수류탄 같은 무기를 탈취하여 소지하고 부대를 이탈하여 2차 사고를 저질러 질서정연한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고 명령을 생명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군의 위상을 훼손 내지는 추락시키는 반국가사범으로서 반드시 응징해야 했다.
사회도 군도 민주화된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탈영병도 많이 줄었고 처벌도 그리 가혹하지 않단다.
구식 군대 시절을 생각하면 “군대 좋아졌다”는 말 이상으로 신식 군대 문화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었고, 결혼과 신생아 출산이 최저 수준인 탓으로 입대 장병 대부분이 외둥이들이지만 고학력자들이어서 자신을 통제하고 자제할 수 있는 소양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란다.
또 다른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란다.
복무 기간이 3년 정도이든 예전에 비해 그의 반 정도로 줄어들었지만 인내심이 약한 약골들로서 국가적인 사명감 못지않게 개인적인 권리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단다.
그런 변화 때문인지 탈영병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고 한다.
포악무도한 흉악범으로 보진 않는단다.
병사는 보초를 서다가 휘영청 밝은 달을 보니 엄마가 보고 싶어 무심결에 총을 든 그대로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 병영이탈을 하고, 그를 알게 된 부대에서는 보안을 유지하고 지휘관을 비롯한 간부들이 탈영병 찾아 삼만리로 나서서 조용히 해결하는 식인 경우도 있단다.
발생한 문제에 대해 체벌 위주가 아니라 계도 위주로 추진하는 형태다.
탈영이라는 범법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다양한 개선책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괜찮은 방법인 것 같기도 하다.
제주도 그 여인이 있다.
곱게 자라고, 순하게 생겼고, 노래도 고운 제주도 출신 OO 가수가 오빠하고 싸우고는 홧김에 여군에 입대했다가 휴가를 나와서는 복귀를 안 하여 탈영병이 됐었다는 프로필을 보고는 웃었다.
곱상하여 그런 면이 있었나 할 정도로 이상한 일이었다.
탈영병이라고 말하기도 안 어울렸을 것이다.
남자 군인처럼 병역의무가 아닌 자원입대인 여군이라서 애교로 봐줬을 것 같고, 그만큼 배짱을 부릴 정도로 비빌 언덕이 있기도 했을 것이고, 장기 복무 입대가 아니라 타자수 같은 병과로 잠깐 취직하는 차원에서 입대하여 엄격한 규율과 혹독한 훈련의 군대에 대해서 감이 무디어 큰 문제로 안 봤을 것 같다는 추리도 가능하다.
현역과 예비군과 민방위를 면한 지 수십 년인 노병(老兵)이 구닥다리 탈영병을 얘기할 계제는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린가.
그럴만한 건이 있다.
모모 이야기다.
배우자를 따라 고향을 떠나 이역만리로 갔다.
거기서 일가를 이루고 자식을 낳아 자리 잡았다.
태어나고 자란 고국에서 산 것보다 외국에서 산 기간이 길다.
그렇다고 한국인으로 산 짧은 것이 외국인으로 산 기간으로부터 침범을 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경중을 가릴 수 없이 둘 다 귀한 것이다.
기쁘고도 슬퍼 눈물 나는 일이다.
유복하든 박복하든 두 신분으로 살아야 하는 운명적인 비애다.
외국에 있으면 정든 고국을 향한 탈영병이 되고, 고국에 있으면 가족이 있는 외국을 향한 탈영병이 되니 이러나저러나 종잡을 수 없는 신세가 되는 것을 면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것이 어디 모모뿐이겠는가.
고향을 지키는 사람이나 타향으로 떠난 사람이나 인간적인 동병상련일 것이고, 그는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그냥 둬도 하등 문제가 안 될 자연스러운 것이다.
더 넓게 볼 수도 있다.
이승과 저승의 관계도 그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인간 스스로 풀어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니 당신께 의탁하는 수밖에 없다.
미당 선생은 해외동포에 대하여 애금심이 크다.
타국으로 가 고국에서보다 훨씬 더 잘 사는 사람도 있고, 대를 이어 빈곤에 시달려 근근하게 사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다.
자의든 타의든 고향을 떠난 자체가 안쓰러운 것이다.
탈영병 같은 심정에 대해서 더 생각하고 해야 할 말이 많겠지만 검색된 기고문 하나 소개하는 것으로 갈음한다.
낯선 곳으로 가 해외동포가 많은 나라 순위를 보면 중국의 화교, 이스라엘의 유태인, 이탈리아의 해외교포에 이어 대한민국이 세계 네 번째란다.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재외동포의 역사는 당시 시대를 반영하는 역사의 증거이기도 한데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때 연해주와 만주·일본으로 독립운동을 위해, 생존을 위해 그리고 징집을 피해 떠나갔던 한국인들의 후손들이 이제는 한국을 알리고 세계 속에 한국인의 위상을 높여가는 큰 등대가 되고 있단다.<https://cafe.daum.net/sheou/Nl2q/823?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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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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