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말아요.
내 맘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잘살아 보겠다고 온갖 고난을 다 겪으며 열심히 살아왔으면 늦게라도 건강하게 조용한 날들이어야지 그렇게 몸서리치도록 아프면 슬프고 속상하잖아요.
최근에는 사촌 누이와 형이 소천하셨다.
여든이 넘으셨으니 그럴 수도 있지만 배운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이 고향을 떠나 굳세게 사신 당신들을 생각하면 좀 더 안락하게 사셨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많은 사촌이 저세상으로 가시고 남아있는 사촌들이 얼마 안 된다.
누구에게라도 그런 말씀을 드리지만 건강하셔야 한다고 당부드리곤 하는데 청양의 큰댁이나 예산의 작은댁에서 전화만 와도 가슴이 철렁한다.
주변에 불치의 병이나 노환으로 괴로워하는 지인들이 적지 않다.
인력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한계다.
나이 칠십이니 좋아질 리는 없고 안 좋아질 일만 남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병이나 사고로 몸져눕거나 거동이 불편한 채로 투병 중인 모습과 소식을 접하면 내가 아픈 것 같아 할 말을 잊는다.
해 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고 같이 심각해 할 수는 없다.
나아질 테니 잘 이겨보라고 하면서 언제 한 번 갈 테니 어지간하면 일어나서 쐬주 한잔하자는 역공(逆攻)으로 작별 인사를 하는 자신이 참 초라하다.
어두운 밖을 바라보면서 한참을 침묵하다가 돌아서며 “아프지 말아요.”라는 말 한마디가 전부인 것이 더 슬프다.
이역만리에서 살며 오랜만에 귀국하여 만날 사람 만나고 하며 바쁘게 오가다가 결국은 요양병원에 계신 큰언니의 임종을 맞이하고 장례를 치르고 다시 역귀국해야 하는 애처로움은 비단 아메리카 박(朴)만의 일이 아니다.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공통분모다.
어떻게 사는지 가릴 거 없이 스스로 겪어내고 가야 할 길임을 순응해야 하는 숙명이다.
오늘이 부부의 날이다.
데보라가 글 쓰는 옆으로 슬며시 다가와 무슨 날인 줄 아느냐고 물었다.
잘 알고 있다는 표시로 웃음으로 답하였다.
그게 가장 큰 선물인 것 같은데 다른 선물이 더 필요하다면 알아서 갖거나 이야기하라는 듯이 눈길을 보내고는 다시 노트북 자판을 두드린다.
반복되는 있는 그대로의 날들이 올해도 마찬가지다.
새벽 미사의 성모성월(聖母聖月) 성가를 들으면서 자비를 베풀어주시고 평화를 주시라고 청한다.
5.1 칠갑산에서의 강펀치와 그 뒤로 이어진 자잘한 펀치의 후유증이 가까스로 진정돼 가는 것 같은데 오늘 “유성 호텔”의 오찬과 “운향”의 만찬 회동에서는 어떤 자세가 나올지 모르지만 편안한 자리가 될 것 같다.
그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선택받은 것이고, 행복한 것이니 두루두루 감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http://www.facebook.com/kimjyyfb
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랑은 아닐 것이다 (0) | 2022.05.23 |
---|---|
별나기도 하다 (0) | 2022.05.22 |
비 사이로 피한 것은 아니고 (0) | 2022.05.20 |
탈영병 (0) | 2022.05.20 |
한 해 한 번을 쓰더라도 (0) | 2022.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