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이었다면 오늘이 13일의 금요일이다.
서양인들이 싫어하는 날이다.
동양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죽을 사(死)자와 발음이 같은 넉 사(四)자만 안 들어가면 다른 숫자에 대해서는 그리 거부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주 13/금의 날을 굳이 피할 필요는 없지만 서양에서 싫어하는 숫자를 고집할 것은 없다.
비 사이로 피한 것은 아니다.
20일의 금요일에 친정인 신계룡 변전소에 다녀왔다.
2009년도에 소장 직위가 없어지면서 다른 곳으로 전출하였으니 13년만인데 이상하게 그 숫자가 겹쳐 지난주 같으면 좀 꺼림칙했을 것도 같다.
변전소 구내를 돌아보았다.
설비 변동이 좀 있었지만 기존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계룡 시가지도 별반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허허벌판이던 고속도로와 신계룡 변전소 진입로 입구의 계룡 산업공단은 회사들이 제법 들어서 있었고, 논밭이던 농소리 쪽 논밭에는 고층으로 대단위 아파트가 단지가 조성되어 올라가고 있었다.
계룡시는 3군 본부가 위치한 군사도시의 특성 때문에 충청남도 산하의 시로 발족하였지만 여러 면에서 취약하다.
시 인구만 봐도 그게 여실히 드러난다.
인구수가 4만 정도이다.
그나마도 이동이 잦은 군 관계자 인구가 절반을 차지한단다.
그러니 확장과 발전에서 많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단다.
오늘 친정에 간 것은 설비 견학 차원이었다.
변전소에 설치 운영 중인 24MW 급 ESS(Energy Storage System/에너지 저장 장치, Battery/축전지 시스템)설비를 둘러보고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앞으로 우리 송변전 전력 계통에 ESS 시스템이 늘어날 것이다.
그 시공과 감리에 관련 지식과 정보가 필요할 것 같아 사전 학습을 한 것이다.
같이 근무할 때는 한참 아래인 후배들이었지만 지금은 정년이 얼마 안 남은 선임 후배들이어서 인생무상을 느꼈다.
안내받고 설비 현황에 관해서 설명을 잘 해줘 고마웠다.
그 후배들이 몇 년 후에 정년퇴임을 하고 나가면 흘러간 선배들은 비빌 언덕도 없어져 선후배지간일지라도 남남으로 수인사를 하고 “제가 여기 마지막 소장이었습니다”라는 기어들어 가는 소리를 해야 할 것이다.
세상이 다 그렇다고 인정하면서도 어느 한구석이 무너지는 듯한 뭔가를 느끼게 될 것이다.
설비와 자료를 살펴보니 낯설진 않았다.
기본 시스템은 내내 기존 소규모로 운용하던 태양광 시스템처럼 축전지, 충방전 시스템, 컨트롤과 연계 설비, 기타 부속 장치의 결합이어서 눈에 쏙 들어왔고, 머릿속에 저장이 되었다.
지금 당장 ESS 건설 현장 감리를 나간다 해도 큰 문제가 없을 듯한데 주안점과 조심해야 할 포인트도 있으니 업무에 더 익숙해질 수 있도록 정성 들여 준비해야겠다.
30km 이내의 거리를 호남고속도로를 통해 달렸다.
서대전 TG 인근의 진잠 농장 옆을 지나면서 농장주 최(崔) 아우님한테 여차여차하여 전에 달리던 길을 달려 변전소에 간다고 문안 인사를 하였다.
걱정스러워하는 것 같아 아직은 괜찮다고 하면서 되치기 위로를 했다.
본전 찾는 것을 넘어 한 몫 챙겨야 할 테니 농막 4자 결전을 벌이자고 했더니 이심전심이라며 좋다고 하였다.
일을 찾아 나설 처지는 아니다.
하지만 일이 주어지면 성실하고 즐겁게 하고 싶다.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장담할 수 없다.
또, 현행 제도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할 수 있으면 하는 데까지 하고, 기왕 하는 것이라면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으니 그를 위안 삼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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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