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생각도 없었다.
그럴 처지도 못됐다.
그럴 사람도 안됐다.
그럴 문제도 못됐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뜨거운 감자처럼 그렇게 됐다.
박기 하는 사람이나 빼기 하는 사람이나 참 구차하게 됐다.
알박기 이야기다.
본의 아니게 알박기와 알빼기 신세가 되어 미운 오리 새끼와 악한 야수 취급을 당하고 있다.
때가 되었으니 알아서 나가주면 자진철수라 모양새가 괜찮다.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차도살인하게 되어 다행이다.
그런데 안 나가고 뭉그적거린다.
때가 되면 알아서 나갈 것이다.
그런데 사람 추접하고 비참하게 만든다.
순순히 응하여 내 발로 나가긴 싶다.
소신대로 또는 요구하는 대로 나가자니 신세가 처량하다.
강제로 또는 교묘한 방법으로 내침을 당하자니 오기가 발동한다.
고거이 뉘기 이야기인가.
그런 사람들이 있다.
누긴가 하면 임명직이면서 임기가 보장된 고위 공직자들이다.
승자 측에서 보면 전리품 메리트가 줄어든다.
공로 서훈을 해야 하는데 의자를 안 내준다.
눈치를 주고 압박을 해도 모른 척하고 일을 더 열심히 한다.
누군가에게는 속 터지는 일이다.
전 같으면 어림없는 일이다.
스스로 나가는 것이 관례였고, 안 일어서고 망설이면 눈 한 번 흘기며 그 것으로 끝이었다.
특별한 케이스가 아닌 시대가 바뀌면 전 시대 사람들은 당연히 옷을 벗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알박기와 알빼기에 대해 이론과 반론도 있다.
직업 공무원제, 전문가, 인력낭비 등등에서 논란의 소지도 다분하다.
또 장단점도 있다.
하지만 그런 문제는 얼마든지 극복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비밀스러운 살생부를 만들어 정리를 해나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알박기와 알빼기가 쉽지 않단다.
박는 거나 빼는 거나 잘 안 통한단다.
세태가 변했단다.
마무리를 잘하고, 부적절한 처사라는 구설수에 오르지 않으려고 전환기에는 되도록 알박기를 안 한단다.
상대적으로 박힌 알을 빼내기도 어렵단다.
나는 일 좀 더 해야겠다면서 나가기를 거부한단다.
알만한 사람이 그렇게 눈치코치 없어서 어떻게 하느냐고 호통을 치거나 은밀하게 뒷조사를 하고 압박하여 내보내려고 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그럴 수도 없단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언론에 꼬아 바친다거나 법원에 소송을 하여 강제로 퇴출당하는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그도 안 먹히면 내부자 고발이라는 합법적인 수단을 이용하여 조직 내부의 은밀한 것까지 까발려 난감해진단다.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공격하면서 수습하려 하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을 재확인해주는 꼴밖에 안 돼 곤경에 처하게 된단다.
세상이나 만상이 나다.
칼자루를 쥐고도 칼날을 잡은 사람 눈치를 보는 것이다.
미당 선생 같은 권위주의 시대를 살고 명령체계에 익숙하게 길든 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세상이 그리 바뀌어 돌아간다.
역행했다가는 큰코다칠 것이 뻔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속만 부글부글 끓이고 있단다.
이럴 때는 가운데 알박기의 양다리가 최고다.
전략적 모호성을 보이는 것이다.
이쪽도 옳고, 저쪽도 옳고, 그쪽도 옳으니 알아서 잘들 하세요.
이기는 편이 울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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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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