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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PX

by Aphraates 2022. 7. 19.

말단 부대에서 선호하는 꿀 보직이 있었다.

목욕탕 보일러병과 PX병이었다.

그 외 부대장(대대장) 관사, 외떨어진 사이트, BOQ, 보안대에 나가는 파견병도 있었는데 어느 보직이든 하늘의 별 따기였다.

길어봐야 36개월이니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는 식으로 춥고 배고파도 잘 견디어냈는데 가끔은 꿀 보직 사병들을 보고 배가 아플 때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PX는 대대급, 연대급, 사단급, 군단급, 군사령부급 부대마다 있었다.

말단인 대대급에 있는 PX는 구멍가게였고, 올라갈수록 등급이 높아 천차만별이었다.

말똥 두 개 중령이 대대장이 어른인 대대급과 별 네 개 대장이 어른인 군사령부(용인, 원주, 대구)와 차이가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미당 선생은 말단 PX만 안다.

연대와 사단의 PX에 가보기도 했으나 구경하는 정도였고 주로 이용한 것은 대대 영내에 있는 PX였다.

일과가 끝난 휴식 시간과 휴일에만 열던 대대 PX 상품은 빈약했다.

곰보빵, 음료수, 과자와 사탕이 주였고, 막걸리도 있긴 했으나 특별한 허가를 받아야 조금 먹을 수 있었다.

냉장고도 없었고, 그 흔한 아이스크림도 없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 살림살이가 허약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기껏해야 판쓰입고 공 차는 것이 유일한 오락이었던 근근하던 시절에 PX는 허기를 채우고 쉴 수 있는 즐거운 휴식처였다.

물론 돈이 넉넉하게 있던 사병들한테나 해당하는 것이었다.

미당 선생처럼 기왕 고생하는 거 돈은 안 갖고 간다고 깡으로 간 사람이나 아예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던 사병들은 그나마도 할 수 없었다.

 

사병 월급은 형편없었다.

그 당시 1970년대 사병 월급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았다.

1974년 입대 당시 일병 월급이 1,170원이었고, 1977년 제대할 때 병장 월급이 2,890원이었다.

 

미당 선생은 비무장 지대 안에서 근무하는 민정 경찰 수색대 요원이라서 생명 수당을 얼만가 받았는데 제대할 때 5만 원 정도 찾아 나온 것을 생각하면 하루 생명 수당이 100원 미만이었던 것 같다.

그도 다행이었다.

전방의 후방지역에 있을 때는 PX 외상이 많아 월급으로 다 갚지 못하여 선임하사로부터 얼마에 한 대씩 빠따를 맞는 병사들이 많았다.

그런데 씀씀이가 커지는 제대 무렵에 빚쟁이가 안 된 것은 철책선 안에는 PX는 물론이고 외부 물품 반입이 금지되어 돈을 쓸 기회가 없었다.

2021년 병사 월급이 병장 609,000, 이병 460,000원인데 점차 올려 몇 년 후에는 최저임금 이상의 월급을 준단다.

 

PX 파업이 있다가 철회됐다는 기사다.

군사재판 대상인 PX병들이 파업을 했을 리는 없을테고 아마 아웃소싱된 기업이나 단체에서 잠시 파업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미당 선생 세대들 같으면 파업이 아니라 PX병으로만 써 줘도 황공무지일 텐데 가장 강력한 수직 명령 체계의 군에서 권리를 주장하며 파업을 했더니 세상 참 많이 좋아졌다.

 

아랫녘 평화로운 한려수도 권에서는 대형 조선 회사에서의 대규모 파업이 예열되고 있는 것 같다.

동행하지만 완전히 일치를 이룰 수는 없는 노사 관계이지만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화합을 이루지 못할 것도 아닐 텐데 왜 그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안타깝다.

그리고 그 단어조차도 잊어버렸는데 공권력 투입이라는 말이 회자하고 있는 것을 보니 어찌 된 일인가 하는 궁금증이 커지면서 원만한 gorufd l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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