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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16,538

by Aphraates 2022. 8. 18.

215,000÷13=16,538

분자는 주행 거리이고, 분모는 운행 연수고, 답은 연평균 주행 거리다.

자동차 10년 타기 운동 클럽이 지금도 있는지 모르지만 거기에 가입한 회원이라면 표창을 받을 수도 있는 차령(車齡)이다.

그 차가 다름 아닌 미당 선생의 2009년식 그랜저 TG.

차가 안 안팎으로 깨끗한 편이고 사용에 불편이 없다.

모르는 사람들은 새 차라고도 한다.

차령이 그렇다면 차 관리 참 잘했다고도 한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좀 미안하다.

차를 조심스럽게 타기는 하나 아끼는 스타일은 아니다.

차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고, 차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다.

정기적 또는 부정기적으로 공장이나 서비스 센터에 가서 정비받긴 하나 혼자의 기술을 발휘하여 차를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는 정성 들이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렇게 튼튼한 차가 무심한 주인장을 향해 반항했다.

주인 처지에서는 믿고 의지했는데 배신을 당한 것 같아 당황스러웠다.

 

평일 수요 미사에 간 데보라를 픽업하여 닭볶음탕용 닭을 사러 H 아파트 단지 수요 장터에 갔다.

다 큰 육계가 아니라 중간 정도의 육계라서 닭볶음탕을 하면 맛있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간 것이다.

무주에서 가져온 감자와 평창에서 보내온 감자를 요긴하게 쓰기도 하고, 오랜만에 닭볶음탕이 먹고도 싶기도 했다.

 

데보라가 노점상에 간 다음에 차 실내온도를 22로 맞춰놓고 교통방송을 듣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탄내 비슷한 냄새가 좀 나는 듯하더니 찬바람이 근 30정도는 됨직한 온풍으로 변하여 뿜어냈다.

따가운 햇볕이 노출되어서 그런지 타내는 금세 찜통처럼 되어 앞뒤 좌우 문을 활짝 열어젖히지 않을 수가 없었다.

 

참 따스했다.

땀이 줄줄 흘러내릴 판이었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었다.

차 냉난방 시스템에 뭔가 이상이 생긴 것 같았다.

차를 점검해봐야 알 턱이 없으니 멀지 않은 거리를 찜통으로 끌고 갔다.

뜨겁든 더웁든 닭볶음탕을 만들 것에 쾌재를 부르는 데보라를 아파트에 픽업해주고는 카 센터로 갔다.

차에 대해서 자초지종을 말하고는 알아서 수리해달라고 하였다.

여러 장비를 대어 이것저것 점검을 하더니 에어컨 콤프레셔가 나갔다고 진단을 하고는 수리비가 OO 만 원에 2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했다.

그것만이 아니라 다른 부분도 점검 수리해 달라 부탁하고는 사무실에 들어가 뉴스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수리를 마치고 에어컨을 작동시켜보니 가슴이 써늘할 정도로 잘 됐다.

수고하시고 감사했다는 인사를 하고 돌아오는데 차를 생각하게 됐다.

연식은 꽤 됐지만 아직 성성하고 쓸만하다.

수리해가면서 지금처럼 사용하면 30km 이상 운행도 너끈할 것 같은데 골동품으로 인식되고 수리비가 많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는 새 차를 사려면 OB로서는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일인데 그렇게 해야만 할 가치가 있을까.

갓 난 엄니를 모시고 다니던 손때 묻은 차고, 정년 퇴임할 때도 잘 타고 다니던 의미 있는 차인데 인연을 끊어도 괜찮을까.

왕복 400km인 삼천포 길을 3년에 걸쳐 120여 회 이상 운행하면서 주인장에게 안전함과 안락함을 제공한 고마운 차인데 기념으로라도 보존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새 차를 사면 좋긴 하겠지만 조금 지나면 다 그게 그 것일 텐데 갈아타야 할 이유가 있을까.

나이 들면서 안전 차원에서 운전면허증도 반납받는다고 하고, 얼마가 될지는 모르지만 수백 킬로 장거리 운전을 더 해야 할 텐데 원만하게 성능보증을 유지할 수 있을까.

만감이 교차하였다.

그러나 결론은 더 타자는 것이었다.

주인도 잘 할 테니 차도 황소처럼 듬직하게 주인을 모셔주길 희망한다.

차를 지하 주차장에 주차하고 나오면서는 여보시오 1932,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하오. 댁에 대한 신뢰와 감사는 여전하니 우리 서로 헤어지지 말고 잘 지내도록 하십시다. 오케이 바리!!!” 라고 하면서 툭툭 치고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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