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저기 한적한 자리로

by Aphraates 2022. 9. 4.

반석동 식당가에 이른 만찬을 마치고 호프집을 찾았다.

다들 처음 와 보는 지역이라서 방향 감각도 없고 그 흔한 호프집을 찾을 수가 없었다.

빙빙 돌다가 복수동 신()이 인도에서 무슨 작업을 하는 분한테 혹시 여기 호프집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그분은 힘도 안 들이고 앞쪽을 가리키며 저기로 가면 많다고 했다.

우리는 역시 모르면 물어봐야 한다며 환호하였고, 미당 선생은 예상치 못한 신의 그런 모습을 보고 여자는 강했다라고 하며 신통방통해 했다.

 

불빛이 은은한 한 호프집으로 들어갔다.

젊은 세대들이 이용하는 집 같은데 머리 허옇고 얼굴 주름이 깊은 손님들은 눈치 안 보고 거침없이 들어섰고, 주인장은 나이고 뭐고 가릴 형편이 아니고 와 주시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는 듯이 밝은 미소와 진지한 태도로 어서 오시라고 정중하게 인사하며 자리를 안내했다.

 

주문한 호프와 먹태가 나오기 전에 먼저 나온 튀긴 건빵을 먹으면서 오늘의 만남은 참 좋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들 했고, 주책 부리는 것은 아니 되지만 되도록 이런 젊은 애들이 애용하는 이런 곳에 오자고 들도 말했다.

그거참 좋은 생각이라며 도심지는 가성비 좋고 아늑하게 즐길 수 있는 옴팍집 같은 것이 없으니 변두리라도 좋으니 각자가 그런 집을 개발해보자는 제안도 있었다.

 

그런 말끝에 서초구의 신()이 공감 가는 이야기를 소개했다.

부부 동반하여 치맥이나 할까 하고 어느 집에 들어갔단다.

종업원이 자리를 안내하는데 좋은 자리 다 놔두고 저기 한적한 자리로 모시겠다며 구석진 곳으로 안내를 하더란다.

이상해서 종업원한테 왜 이런 자리냐고 물었더니 조금 있으면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 개방적인 청춘들과 폐쇄적인 노년들간에 코드가 안 맞아 트러블이 발생할 때 있어서 그러니 양해해달라고 하더란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단번에 알아듣고 씁쓸하게 웃고 말았단다.

 

일행들이 한마디씩 하면서 사실이 그렇다고 했다.

라떼로 보면 예의라고는 파리 뭐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버르장머리 없는 일그러진 서구 문화이지만 자유분방한 지금 애들한테는 안 통하는 것이라며 둘이 꼭 껴안고 빨거나 만지거나 하는 것은 예사이니 라떼들은 눈길을 돌려 눈을 씻고 맘을 식히는 것이 현명하다고 했다.

다만 송촌동의 김()이 그런 싹수없는 것은 어른들이 훈계하고 고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가 시대가 그런 걸 어떻게 막는다는 것이냐며 어느 정도 인정하고 이해할 것은 해야 한다는 다수의 의견에 쏙 들어갔다.

 

저기 한적한 자리로 모시겠습니다.

일부러 그런 소리를 들으려고 어깃장을 부리는 것은 아닌데 얼떨결에 들어갔다고 그런 난감한 장면을 체험한 적이 몇 번 있다.

그래서 우리 동네 향촌 아파트 앞 청춘 광장 업소에 들어갈 일이 있으면 빙빙 돌며 눈치를 살피고 이런 집이면 괜찮겠다 싶으면 들어가는 예의 바르게 굴종적일 때도 있었는데 이러느니 차라리 안 먹고 말지 하고 퇴각한 적은 없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 10명 중 4명 불이익당해"> 라는 제하의 기사가 어제 저녁 반석동 모임과 함께 오버랩된다.

마당 선생 같은 라떼 세대들은 생각지도 못 할 일들이 일상화되다시피 하여 자리 잡아가고 있다.

상사와 상급 부서 험담, 명령 불복종에 불만 표시, 내부 폭로, 제도와 규정 비난,투서, 진정, 군대 소원 수리, 신문고, 고소·고발......, 이런 것은 조직원으로서 부도덕한 것으로 생각하며 100점 만점에 적어도 90점 이상으로 후하게 점수를 주는 것이 조직원의 자세이자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 여겼다.

 

관례로 죽 이어져 오던 풍습과 문화가 변하고 있다.

그런 신풍조를 주도하는 그룹은 그런 것에 등장하는 문제 해결에 얼마나 역할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과거의 것은 묻히고 있다.

제안 제도나 공익제보라는 제도 등을 통해 문제를 투명하게 해결하려는 의도는 백번 찬성하면서도 수학 공식이나 논리적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많고 오히려 라떼 방식으로 해답을 얻는 것이 효과적일 수도 있는데 칠판의 글씨 지우듯이 썩 지워버리면 또 달리 파생되는 문제는 없는지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https://kimjyyhm.tistory.com

http://blog.daum.net/kimjyyhm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풍은 지나가고  (0) 2022.09.06
거리 전쟁  (0) 2022.09.05
골드 텐  (0) 2022.09.03
도둑  (0) 2022.09.02
9  (0) 2022.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