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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마이 카

by Aphraates 2023. 2. 14.

자가용으로 통하는 마이카는 청춘의 로망(Roman)이었다.

편리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도구로서라기 보다는 멋진 인생을 사는 최고의 문명의 이기였다.

 

멋진 차에 예쁜 애인을 옆에 태우고 그림 같은 해변이나 산길을 달리며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는 것은 영화 속의 한 장면으로서 생각만 해도 저절로 흥이 돋는 명장면이었다.

내 생에 있어서 그런 세상이 올까 하는 가정법을 쓰기도 어려울 정도로 마이카는 멀고 먼 딴 나라의 꿈같은 이야기였다.

 

4, 50대 생들의 6, 70년대 사정이 그랬다.

자가용은 고사하고 대중교통도 제대로 이용할 형편이 못되었다.

웬만한 거리는 체력은 국력이라는 국가 시책을 달성이라도 하려는 듯이 튼튼한 두 다리와 건장한 몸으로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체력단련을 했어도 먹고 입는 것이 워낙 부실하여 국제경기에만 나가면 잘 입고 고기를 먹어 힘이 넘치는 서양 선수들한테 치어 힘없이 넘어지기 일쑤여 체력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곤 했었다.

 

그럼 지금은 어떤가.

마이카는 더 이상 사치품이거나 고가품이 아니다.

그저 평범한 달구지 정도다.

갖고 싶은데 못 가져 병이 날 정도인 사람은 자동차광 정도로 별로 없다.

보편화됐다.

하나의 생활 도구로 됐다.

잘 사나 못 사나, 청춘이나 노년이나, 가까운 데를 가나 먼 데를 가나 마이카는 밖에 나가면 신는 신처럼 필수품이다.

차 없는 사람이 별로 없다.

오히려 차 없는 사람들이 별종으로 통할 정도다.

몽골에서는 걷기 전에 말을 탄다고 하던데 우리는 면허를 발급받을 나이 전부터 차 운전하기를 원한다.

무면허 청소년들이 친구들과 불법 운전을 하다가 대형 사고를 내 불우한 처지에 빠져드는 것도 차에 대한 호기심과 편리성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개인도 그렇지만 국가도 그렇다.

코로나와 반도체 여파 속에서도 전년 대비 약간 감소했으나 2021년도 346만 대 생산으로 중국(26, 08만 대), 미국, 일본, 인도에 이어 세계 5위였단다.

 

그러나 세태가 달라지는 것 같다.

운전대를 안 잡으려는 Z세대들이 증가추세란다.

비용부담과 환경오염이 주요한 이유란다.

돈을 더 벌고, 더 환경보호에 더 주의하면서 운전대를 잡으면 되지 왜 쪼그라드느냐며 축소 지향적인 측면을 걱정하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신혼부터 널찍한 아파트에 입주하거나, 밥은 굶어도 차는 좋아야 한다며 외제 차를 끌고 다닌다거나, 외식 한 번 하는 돈이면 온 식구가 며칠 입을 즐겁게 해줄 텐데 밥맛이 없다며 비싼 식당을 찾는다거나, 경로효친이나 조상숭배가 뭐 대수냐며 명절이면 비행기를 타고 미지의 곳으로 날아가거나, 자기 계발하는데 투자하는 것은 다음 문제라며 먼저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닌다거나, 다른 법과 규정은 몰라도 칼출근과 칼퇴근은 반드시 지킨다며 오버타임을 극구 반대한다거나......, 그런 사례들과는 사뭇 다른 운전대 기피 현상이니 좋게 생각되는 것은 당연하다.

 

어제 점심 먹으러 나가면서 나눈 대화가 있다.

K) 이 회사 차 잘 운전하고 다녀요. 연식이 좀 되긴 했으나 주행거리도 많지 않은 데다가 운전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을 테니 전담으로 갖고 다니는 것을 생각해봐요.

H) . 저도 아빠나 형의 도움을 받아 2019년식 중고 SUV2700에 사려고 하는데 어떨지 팁을 부탁합니다.

K) 글쎄올시다. 나는 차에 관해 관심도 적고, 좋아하지도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말이오. 장거리를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면 연비가 좋고 편리하고 연비 좋은 중소형의 OOO 하이브리드(A-Hybrid)같은 것이 나을 것 같은데 모르겠네요. 알아서 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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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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