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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가게는 어때

by Aphraates 2024. 5. 6.

어제 공동체 미사 후에 조()프 아우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주일날에 본당 미사에 빠질 때도 있고, 참례한다고 해도 미사가 끝나면 뭐 빠지게 도망가는 식이니 인부인사를 나누면 잘 하는 것이다.

만나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전과는 다르다.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니거니와 뭔가 잘못돼서 그런 것도 아니다.

대전이 아닌 객지에 나가있다보니 벌어지는 이산가족 재회인 셈이어서 크게 불만은 없다.

 

애들은 잘 있느냐고 물었더니 큰 놈들(자녀)이나 작은 놈()들이나 건강하게 잘 있다고 했다.

요즈음 경기가 일지 않아 다들 어렵다고 하던데 가게는 어떠냐고 물었더니 경기보다도 총알 배송 홈쇼핑 C 때문에 못해 먹는다고 했다.

고물가의 경기 흐름보다는 경제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다는 의미였다.

C에서 배달해주는 상품 가격이 일반 가게에서 받는 값보다도 싸기 때문에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면서 백화점들은 물론이고 E, L, H, C를 위시한 대형 마트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사정이 그런 것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훈수를 할 수는 없었다.

힘없는 응원만 했다.

 

세상이 많이 변했구먼.

먼 이야기인줄만 알았는데 가까운 데까지 왔네.

그러니 어쩌겠어.

지금 와서 남들 따라 인터넷 판매를 할 수도 없고 그저 하던 대로 재래식으로 장사를 해야 할 텐데 좋아지기는 어렵겠구먼.

그래도 가다보면 긴 터널을 벗어날 때도 있을 테니 나름대로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잘 버텨봐.

 

그렇게 말하는 형도 참 곤혹스러웠지만 현실이 그런 걸 함께 이겨나가자고 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에서는 어떤 인터넷 쇼핑몰이 상상할 수 없는 할인 판매로 모든 상권을 블랙홀처럼 끌어가고 있어 아우성이란다.

우선 당장도 문제인데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그게 일시적인 미끼 상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공언한다는 것이란다.

기사를 보니 미국의 패스트푸드 서민 레스토랑들도 매출 급감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단다.

지난 목요일 오후에 남원에서 Y를 통하여 산업안전지도사 3차 면접 관련 책을 한 권 주문했는데 금요일 오후에 대전 집에 와 보니 책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인터넷 서점에서 그렇게 빨리 배송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총알배송을 한다고 하여 그렇게 빨리 한다는 것이지 정말로 당일 배송하는 식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와 있는 책을 보고 놀랬다.

그러니 동네 서점은 말할 것도 없이 대형 서점이 왜 하나둘 문을 닫는지 이해하고도 남을 일이다.

요리사가 음식도 안 만들었는데 지금 출발해요라고 느긋하게 말했다가는 당장 문닫고야 말아야 할 중국집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를 어쩌나.

그제 소맥폭탄 부대에서의 작전 회의에서처럼 할 수도 없을 듯하다.

소맥폭탄 부대 작전하는데 돈 들어갈 게 없다고 큰소리쳤었다.

삼겹살 몇 점에 소맥 폭탄 몇 순배로 많아야 두당 2-3만원이면 뒤집어썼는데 지금은 그 돈으로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단다.

그렇다고 소맥 폭탄작전을 포기하라며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이니 그럴 수 없다.

이제 한 품이라도 싼 삼겹살을 찾아 삼만 리 하든가, 옛날 어른들이 하던 대로 소주 한 컵에 소금 몇 알로 끝내든가, 그렇지 않아도 나이 들어 1인 분 먹기도 힘든데 더 팍 줄이든가......, 무슨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 같은데 너그럽게 만사 오케인 주당의 치욕이 아닌가 한다.

 

변화의 물결은 끝이 없을 것이다.

학고방이나 구멍가게나 주막이나 슈퍼는 역사적 유물이 됐다.

아직도 그를 붙잡고 있으면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을 외친다거나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영세 소상공인도 함께 먹고 살자고 하소연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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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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