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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잔치 잔치 벌렸네

by Aphraates 2024. 5. 8.

새벽에 눈을 떠 SNS를 검색했다.

가지런하기보다는 일그러진, 아름답기보다는 아름답지 못한, 희망적이기보다는 실망스러운, 미래 지향적인 것보다는 과거 회귀적인, 보고 싶은 것보다는 보고 싶지 않은 기사들이 가득했다.

무엇이 그리 우리를 삭막하게 만들었는지 소멸해 가는 것은 인구와 국가만이 아니라 인성과 자연도 그에 휩싸여 아무렇게나 굴러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향 애향회 경로잔치 후원에 고맙다는 애향회장의 감사 메시지,  어버이날 행사를 하니 많이 참석해달라는 성당 공지 사항, 함께 하지 못해 죄송스럽다는 서울의 전화 정도가 가뭄 속의 단비처럼 촉촉하게 와 닿는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몸부림치며 저항해보건만 역부족인가 보다.

해마다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악화일로다.

그런다고 세상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며 언젠가는 나아질 것이라고 막연한 희망을 품기도 하지만 불만이다.

그런 훼손과 흠결은 도깨비 방방이 두드리듯이 한 장에 고쳐지거나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면 절망에 가깝다.

 

녹음이 푸르른 가정의 달에 인간미가 달아오르는 일들이 넘쳐흘러도 시원치 않은 판에 몰인간의 암울한 것들이 여기저기서 꿈틀거린다.

휘황찬란한 조명에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며 향기로운 내음이 진동하는 대전 향촌 뒤편 비 내리는 꽃상가는 비 맞은 제비처럼 초라하고 근근해 보이고, 손님 하나라도 올리지면 무슨 횡재라도 한 듯 환하게 웃는 꽃가게 주인은 웃어도 웃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작전을 마치고 그 앞을 지나던 우리 소맥 폭탄 부대원들은 입을 모은 듯이 하는 말이 여기는 지금이 대목인데 이래서 어쩌나하는 탄식이었듯이 밝고 맑은 소식을 기대하며 연 인터넷에는 온통 도배하듯이 한 어둡고 흐린 기사들이 맘을 무겁게 만들고 있다.

심신을 가다듬고 이백면(二白面)양가리와 강기리에 걸쳐 있는 ESS 공사 현장에 가면 그런 것들에서 벗어나야 할 텐데 그러려고 노력하자는 혼자의 다짐이 외롭기만 하다.

 

감사의 한 송이 꽃을 달아드리는 것보다는 현찰이 좋다며 허례허식을 멀리하고 실리주의로 나아가는 것까지는 좋다.

그러나 실익이 적을지라도 남아있을 것은 남아있었으면 한다.

소멸할 것은 소멸하고 회생할 것은 회생했으면 좋겠다.

그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역전되지 않고 현상 유지라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잔치 잔치 벌렸네.

무슨 잔치 벌렸나.

복순이는 시집가고 삼돌이는 장가가는 날이 아니라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하고, 당신 보시기에 좋을 갈마동 성당 잔치다.

 

https://youtu.be/Oq451buULRI?si=eBT9AZiwDqqG7m7p

[포크가요] 블루벨스 - 즐거운 잔칫날 kpop 韓國歌謠,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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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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