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푸어(House Poor)인가, 푸어 하우스( Poor House)인가.
구걸인가, 산책인가.
1996년도 LA 헐리우드 유니바셜 스튜디오 모자를 쓰고, 나른나른해진 와셔츠와 시멘트 바닥에 문질러도 안 떨어지는 마년 무끼 바지를 입고, 삼천포 살이 시절에 비상용으로 잔뜩 사 놓은 1회용 마스크를 쓰고, 고인이 된 임(林) 후배가 만들어 준 2007년도 지팡이를 흔들며 나선 행색과 행차에 답은 있다.
무작정 걷는 거지, 마음이 가난한 거지다.
오랜만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새벽에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백화점 문도 두들겨 보고, 대덕대로도 활보해 보고, 오피스 빌딩도 바라보고, 데보라와 함깨 가는 단골 칼국수집도 들여다 보고, 소맥 폭탄 2차 카페도 가보고, 단골 안경점과 전화 가게와 꽃 도매시장도 지나고, 친정집 불공장 둔지 변전소도 거치고, 향촌 이웃인 파랑새도 쳐다보고......,
때가 왔다.
두 눈이 먹먹하고, 코가 간질간질하고, 시도 때도 없이 재치기가 나온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린다.
https://youtu.be/P9YYJRI3w3E?si=Rc679ArkHguTO4p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