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을 취하는 날들이 좋다.
물론 일할 때는 그 때대로 활력이 있어 좋지만 다음 임지로 가기 전에 객지로 가서 하지 못 해 밀렸던 일들을 순차적으로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시간을 갖는 것이 여유롭다.
이발을 하고 와서 베란다에서 아파트 단지 중앙로를 내려다봤다.
흰색 탑 차가 한 대 들어왔다.
중앙통로 오른 쪽에 주차가 되고 차에서 내리는 사람을 보니 걸음걸이가 건너 편 옆 동에 사는 그 때 그 사람이었다.
그 때는 무슨 아이스크림을 배달했던 것 같다.
어둠이 채 가시기 전에 나갔다가 점심때가 안 되어 들어오는 운전기사였는데 시동을 걸고 부르릉거리며 엔진 과열시키는 소음 때문에 조용히 좀 하라는 민원을 사던 장본인이었다.
그게 언제 적인데, 아니, 그 전부터 했을 텐데, 지금은 나이도 연만할 텐데......,
아직도 중고 탑차로 비슷한 일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니 참 오래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는 미당 선생은 어떻고.
사돈 남 말 하는 거 아닌가.
하긴 그렇다.
YB로 35년, OB로 12년 차이다.
언제까지 할 것인지 하는 생각도 없이 그냥 묻어서 흘러가는데 언제까지 일지 장담하거나 예측을 할 수가 없는 형편이다.
누구 보고 참 오래도 한다느니, 참 대단도 하다느니, 참 욕심도 족제비라니 하고 남말할 처지가 아니다.
나이든 아들이 장가갔다면서 구역 식구들한테 한 턱 내시는 자리에서 인사말을 통해 “지금 제 나이 OO인데 이렇게 건강하게 일할 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라고 말씀하시면서 싱글벙글하시던 모습이 새롭게 와 닿는다.
그 마(馬) 베드로 형님은 1948년 생으로 공기업에서 퇴임 후부터 개인택시를 하고 계신다.
다들 쉬쉬하는 한 달 수입에 대해서도 화끈하게 말씀하시었다.
청춘들처럼 무리하게 운행을 할 수가 없어 야간이나 출퇴근 시간에는 운행을 안 하기 때문에 수입이 남보다 적어 평균 O백만 원 정도라고 하셨다.
지속적으로 하시기 위해서는 그렇게 줄여서 하시는 것이 잘 하시는 것이라고 응원하면서 기왕 일 하시는 것이니 조금만 더 버시면 좋겠다고 했더니 충분친 않으나 그 정도로도 현상 유지하는데 별 문제가 없다고 하셨다.
이 나이에 뭘 더 바라나.
출세를 하겠는가, 돈을 벌겠는가.
그저 성당에 잘 다니고, 아프지 않고, 가정에 우환 없고, 있는 모임 없는 모임 찾아다니면서 어울리고, 일할 수 있으면 벌어서 이웃과 나누고, 일할 수 없으면 없는 대로 성실하게 지낼 수 있으면 그게 행복이고 은혜가 아니겠는가.
가진 자의 여유도 아니고, 못 가진 자의 질투도 아니다.
힘차게 나간다고 해서 탄력을 받는 것도 아니고, 힘없이 주저앉는다고 해서 쇠잔해지는 것도 아니니 주어진 대로 가면 그게 잘 사는 것이자 성공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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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