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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못 가, 안 가

by Aphraates 2024. 10. 12.

M) 이리 와.

W) ......,?

 

이 주제는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로 열어본다.

 

옅은 불빛아래 은은한 음악이 흐르는 아늑한 침실이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침대에 누운 갑돌이가 막 샤워를 하고 머리를 털며 나오는 갑순이에게 친절하면서도 음침한 눈빛으로 이리 오라고 다정다감하게 손짓한다.

 

그런다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까.

훈남 훈녀 순도에 따라 다를 것이다.

 

스치기만 해도 불꽃이 팍팍 일어나는 정열적일 때는.

기다렸다면서 점프해 오는 훈녀에 노도질풍처럼 덮치는 훈남이 될 것이다.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이 꺼져가는 불씨를 간신히 살려 의무방어를 치러야 하는 어매 기죽어하는 때는.

화력도 없는 나뭇가지가 나이 들어가며 주책이라 눈 흘기면서도 측은지심에 못 이긴 체 하고 다가가는 풍만한 뚱보에 보기도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갈비씨 그림이 될 것이다.

XXXOO였던 시절이 그립지만 평생에 걸쳐 마냥 그럴 순 없다.

갑돌이는 세 가지 힘 중에 하나만이라도 붙잡고 늘어지려는 폐계나 허공에 대고 울부짖는 앙상한 몰골의 늑대로 남을 것이고, 갑순이는 갈수록 빛을 발하는 현모양처나 요조숙녀로 변모할 것이다.

 

세월이 가면 이런 반전도 예상된다.

13579 병을 넘어 두 자릿수도 거뜬하던 것이 잔 술 몇 잔에 나가 골아 떨어져 있다가 후배나 부하한테 쌀자루처럼 들쳐 매여 들어와 집인지 술집인지도 모르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주정뱅이 스타일로 그런다면 죽이지도 살리지도 못 하는 골치 아픈 웬수 덩어리가 될 것이다.

머리가 검은 숯처럼 까맣거나 허연 파뿌리처럼 하열 때를 불문하고 내가 뭐 네 욕구를 채워주는 노리개냐면서 분위기가 없는 팔푼이 같은 너는 안 된다며 발로 걷어차거나 방바닥에 내동이 쳐 아침밥은 고사하고 물 한 모금 안 주는 소크라테스의 악처 스타일이 될 것이다.

 

하여튼 오라는데 안 가거나 못 가면 탈이 난다.

부부 또는 남녀 간에 틈이 새길 수도 있고, 가정 불만이 일다가 가정 파탄이 초래될 수도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오라고 하는 것은 아니 되겠지만 오라고 하면 내키든 안 내키든 그게 마땅히 해야 할 의무이려니 하고 가는 게 튀는 소리 안 나고 가화만사성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런 게 아니어도 문제 생길 것이 널려있는데 기본적인 것에서 틀어지면 다른 것은 말할 나위도 없이 헝클어지게 된다.

 

이리 오너라.

게 아무도 없느냐.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기척이 없다.

지나가는 길손이 하룻밤 묵어가기 위하여 그러는 것이 아니다.

어사또가 어명을 받드는 것이다.

시중을 드는 방자가 먼저 손으로 가볍게 두드리다가 지쳐 이 도령이 마패로 묵직하게 두드려도 가물치 콧구멍이다.

 

못 간단다.

안 간단다.

불법적이고 반항적으로 버티는 게 아니란다.

합법적이고 순응적이란다.

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고 몸이 아프거나 불가피한 사정이 있단다.

일부러 잠수를 탄 것이 아니라 급한 일이 있어서 그런단다.

 

국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세요.

법원에서 관계인으로 출두하세요.

경찰이나 검찰에서 참고인이나 피의자로 소환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우이독경(牛耳讀經)이다.

 

지엄한 명령 체면이 말씀이 아니고 체통이 무너진다.

그게 맞느냐 틀리느냐 하는 논란이 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엄연한 공권력 행사인데 거부()한다.

준법정신이라면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더 솔선수범하고 기려야 할 위치에 있는 특별한 사람들이 더 교묘하게 피하거나 빠져나간다.

배고파서 빵 하나 슬쩍한 소도(小盜)한테는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면서 엄중하게 일벌백계(一罰百戒)하면서 자신의 부귀영화와 안위를 위해서 세상을 속인 대도(大盜)한테는 구국의 불가피한 조치였다면서 유야뮤야(有耶無耶)하는 식이다.

 

애들 볼까 무섭다는 말은 옛말이다.

하나하나 찝어주지 않아도 애들도 그게 아니라는 것을 다 안다.

세상을 흐리고 인생을 좀먹는 처사다.

그러고서야 어찌 신뢰감이 생기고, 존경과 사랑을 이야기한다는 것인가.

그런 구태와 악습은 이제 그만이다.

우리 다 함께 이마를 맞대고 반성하며 고쳐야 할 것이 아닌가 한다.

 

쉬운 게 하나도 없다.

그러나 실망과 비관은 금물이다.

십 리도 못 가서 발 병 날 것은 뻔한 이치다.

어느 논에라도 가라지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 때문에 곡식이 망가지는 경우는 없으니 올라오는 가라지를 뽑거나 무시하고 가던 대로 가면 농사(農事)는 잘 지어지는 게 세상이다.

 

https://youtu.be/8sIHBA6wjqE?si=d3QNOaoBy4QY2N5C

유명작곡가 정의송님의 곡을 받은 트로트가수 정혜정 “어서오세요” 뮤직비디오 개봉박두 ,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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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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