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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마당발

by Aphraates 2024. 10. 11.

S 사장님.

지금은 현역에서 은퇴하셨지만 유명한 분이다.

 

언제 어디를 가도 볼 수 있었다.

늘 먼저 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알고 있다.

모든사람과 사이가 막역했다.

부담 없고 허물없이 지냈다.

그렇다고 그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었다.

인품도, 외모도, 학식도, 능력도, 경륜도, 경제력도, 인지도도......, 여러 면에서 특출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열렬히 사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함께 하는 것을 은근히 좋아 했다.

 

그는 한 마디로 마당발이었다.

영화 속의 홍 반장이었다.

대내외적으로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있었다.

해결사였다.

뭐든 안 되거나 못 하는 것이 없이 능수능란하게 표 안 나게 해결했다.

천부적이었다.

타고는 재간꾼이었다.

믿을만한 신뢰를 갖고 있었다.

철저한 보안 유지자였다.

누구를 욕하거나 흉보거나 모사를 꾸미는 일이 없다.

물귀신 작전으로 누구를 물고 들어가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적법, 불법, 편법, 대가성, 보험 같은 것과 연결시키기는 것은 부적절할 정도로 은밀히 보호해 주고 싶었다.

 

그와 언젠가 단둘이 저녁을 먹으며 소맥폭탄을 돌린 적이 있다.

통하는 바가 있었는지 진솔한 대화가 오갔다.

큰 인물이라 생각했는데 단둘이 마주 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사람이었다.

기본 소맥폭탄 다섯 개가 터지고부터는 그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아주 은밀한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나왔다.

허튼 소리나 헛소리를 안 하는 사람인데 아마도 미당 선생을 좋아하거나 믿을 만 하다고 생각하여 있는 것 없는 거 다 말하는 것 같았다.

자주 만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도 가끔 만나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하는 이야기까지 허심탄화하게 나누자고 도원결의하였다.

 

그가 끝날 때는 이런 말을 했다.

지금도 그 말의 기억이 생생하다.

이 말이다.

이 바닥에서 내 밥, 내 술 안 먹어본 사람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밥값과 술값을 요구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 밥과 술이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줬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은혜를 모르면 인간이 아니다.

절대로 배반과 배신은 없을 것이다.

평생을 이어온 밥그릇과 술잔을 걷어찬다면 내 정체성이 사라지고 존재감이 없는 것이니 이 바닥을 떠나는 것으로 정리를 할 것이다.

좋은 것이든 안 좋은 것이든 무덤까지 갖고 간다는 뜻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의 기쁨을 빼고는 풍문과 소문과 언론과 여론을 도배질하는 M 건에서 S사장님이 떠오르는 것은 뭘까.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모르지만 데자뷰다.

궁지에 몰리는 M은 누구 때문에 거기까지 갔는데 이제 와서 안면몰수냐 나를 건드리면 그냥 안 놔둔다 고성방가하고, 그와 호형호제하며 호의호식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은 그와는 일면식도 없는 허풍쟁이에 브로커라고 평가 절하한다.

무슨 그림인지 연상이 된다.

그러나 무슨 그림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 그림을 안 보이게 내리거나 아예 불태워 없애버리는 것이 우선이다.

 

M건은 다사다난한 건이다.

덮으려는 측과 파헤치려는 측이 옥신각신한다.

양측이 그렇게 사투를 벌이는 틈새에서 정작 죽어나는 것은 누구인지 다 안다.

늘어지면 늘어질수록 손해다.

나도 망신, 나도 망신, 그대도 망신이다.

손해면 손해지 이득이 될 것이 없다.

 

마당발이 좋다.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

진위가 무엇인지 모른다.

휴전협정으로 슬며시 자취를 감출지도 모른다.

잠시 잠수했다가 언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지도 알 수 없다.

그게 아니어도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그런 일로 체력을 낭비케 하고, 용기를 잃게 하고, 희망이 안 보이게 한다면 그게 바로 역사의 죄인이라는 것을 상기해야겠다.

 

https://youtu.be/MOzjF3RpjOM?si=uii690AN-TL8qtiD

차가을 - 내 안의 그대 ,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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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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