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하든 밥은 먹고 해야지.
아무렴, 그래야지.
합격 발표를 기다리며 5,4,3,2,1 땡 으로 카운터에 들어가는 수험생처럼 숨죽이고 있다가 발표가 끝나자 환호성을 지르거나 코를 쭉 빠트리거나 하는 맨붕상태가 아니 될 수 없었다.
이 나이에, 이런 세상에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인가 싶었다.
좌절감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뒷방 신세일지라도 초미의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국운이 걸린 중차대한 일이어서 그냥 지나칠 순 없었다.
다 끝났다.
개운치가 않다
삼쾌 상태는 아니다.
과거와 미래의 징검다리인 현재가 불투명하다.
그게 싫지만 우리의 것이니 거부할 수도 없다.
밥 먹으러 가려고 집을 나섰다.
시끌벅적 왁작지껄이었다.
대전시내 단골 시위 현장인 갤러리아 백화점 인근의 대덕대로가 야단법석이었다.
나부끼는 깃발과 울리는 함성이 대딘했다.
인근 식당이란 식당은 다 만원 사례였다.
전단지, 손팻말, 형광봉을 든 남겨 청춘들이 점령하다시피 했다.
다 끝나고 목표를 달성했다고 여기는지 구호를 외치던 탄핵 찬반에 대해선 언급이 별로 없었다.
부산 영화제에 갔다가 거리에 앉아서 시위하는 아이들을 보니 어른들이 몹쓸 것을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어 환갑이 넘은 어른으로써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른다고 착잡한 심경을 토로하던 명배우가 떠올랐다.
허리띠 졸라 매고 운동화끈 조여 매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놨으면 다 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발전하고 커질수록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더 많아진다.
그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맘이 아프다.
낱낱히 드러나는 궁중비화 에 그 정도였나 하고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처럼 삿대질을 하는 여의도와 광화문의 진영 갈등이 이 정도였나 하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아픈만큼 성숙하는 것도 같다.
어디를 가도 초치는 일이 있는 것도 같다.
다 툴툴 털어버리고 좋은 것은 기리고, 나쁜 것은 고쳐가며 또다른 새 경지를 구축해나가야겠다.
어려운 일이지만 못 할 일도 아니고, 반드시 해내야 할 일이니 그에 합당한 지혜와 용기를 고양시켰으면 좋겠다.
그리 해 주시라고 청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