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돈 거금은 거리낌이 없다.
잠시의 생각도 없이 즉흥적으로 펑펑 내지른다.
뭔가 스케일이 큰 것 같은데 내심 알고 보면 그도 아니다.
적은 돈 잔전에 전전긍긍한다.
이해가 잘 안된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한 푼이라도 아껴 쌓아두려는 자린고비, 수전노, 쫌생이, 구두쇠 영감 스타일도 아니다.
그렇다고 쥐뿔도 없는 것이 허황 장세로 쓸 데 안 쓸 데 여기저기 다니면서 명분 없이 질러대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뭔가는 잘 안 맞고 잘 안 어울린다.
거하게 한턱내겠다며 여러 사람 데리고 청요리집에 들어가 이것 저것 다 시켜가면서 푸짐하고 호탕하게 선심을 쓴다.
하지만 정작 술값 계산할 때는 카운터가 성가시럴 정도로 따지고 턱없이 에누리하려는가 하면 혹시나 하고 제비 새끼 어미 먹이 기다리듯이 공손하게 옆에 서 있는 종업원한테는 팁 한 푼 안 주고 안면몰수하는 졸부와 그 근성은 영 아니올시다이다.
노점상도 아니다.
길가 빈자리에 전을 펴고 집에서 기르거나 돔 시장에서 떠온 채소 몇 단을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초라한 행색의 노파다.
그 앞에 보기에도 귀티가 나고 향수 냄새 퐁퐁 풍기는 자태의 귀부인 스타일의 초로의 여자가 나타나 앉아있는 노파를 거만하게 내려다보면서 고개를 들어 가리키면서 “이거 봐요. 저기 저 채소 한 단 얼마예요” 하고 쌀쌀맞게 물어본다.
노파는 기가 죽어서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에, 손님. 한 단이면 6천 원이고, 두 단이면 만원에 드립니다” 하고 겸손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중년 여자가 눈에서 레이저를 발하면서 “뭐가 그렇게 비싸요. 요즈음은 촌사람들이 머리 꼭대기에 앉아 도시 사람들 벗겨 먹으려고 한다니까” 라고 한 마디 쏴붙이고는 가타부타 말도 없이 찬바람 일으키며 가버린다.
정체성 없는 아낙에 개념 없는 푼수다.
얼마에 판다는 것은 장사의 제안이고, 얼마에 사자고 하는 것은 손님의 자유 의지인데 제가 뭔데 왜 비싸니 싸니 하고 염장 지르고 가는 거야.
퉤, 재수 없다.
나는 3년 재수 없을지 모르지만 너는 3대를 빌어먹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아니 될 것이다.
못된 사람이 못 되게 나온다고 함께 으르렁거리면 사달이 벌어지니 한쪽이 참아야 한다.
그래, 그런다고 뭐가 살이 되는 게 아니다.
악담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아껴서 잘 먹고 잘살아라.
99섬 가진 자가 1섬 가진 사람한테 100섬을 채우려고 하니 1섬을 내놓으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이지만 약자가 참고 받아들여야지 강자가 그럴 수 있겠느냐.
오늘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하고 우리 서로가 도움이 안 되는 다시는 만나지 말자.
너는 너대로 살고, 나는 나대로 살자.
취사선택(取捨選擇)하자.
한 푼 아끼려다가 백 냥을 날리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은 사하자.
한 푼 잘 써서 백 냥을 얻는 지혜가 필요하다.
소실대득(小失大得)을 취하자.
대인이면 대인다워야 한다.
소인이면 소인다워야 한다.
넘어서서는 안 되는 경계를 넘는 것은 피차 양수겸장에 반하는 것이다.
대인이 소인배가 되고, 소인이 대인 행세를 하려고 하면 질서가 무너지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양측에 돌아간다.
에누리와 절약도 할 때 해야지 아무 데서나 하자고 하면 입에 들어오고 손에 잡히는 것 없이 사람만 추해진다.
그런 바보가 돼서는 아니 되겠다.
잘 살라고 하진 않는다.
그러나 스스로 제 얼굴에 칠하지는 마라.
뭘 하든 이런 소리는 듣지말자.
문둥이 콧구멍에 박힌 마늘 씨도 파먹겠다.
갓난아기 손목비틀다.
이 세상에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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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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