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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좌의정 우의정

by Aphraates 2024. 12. 2.

좌의정과 우의정.

 

조선 시대의 관직이다.

품계는 정1품으로 오늘날 각 부처의 장관에 해당하는 판서가 우두머리인 6조와 관련 관서를 나누어 관장했다.

오늘날로 치면 영의정은 국무총리, 좌의정과 우의정은 제 1부총리와 제 2 부총리로 보면 된다.

좌우의정은 영의정과 함께 삼정승이라 했다.

둘은 막상막하이지만 좌가 우보다 좀 던 정치와 행정 권한을 갖고 행세를 더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왕조시대인지라 실질적인 권한 행세에는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날고뛰어 봐야 3권을 쥐고 있는 왕과 왕족 앞에서는 권력 서열 1, 2, 3위라 의미가 별로 없었다.

OO 목숨이었다.

오너 손아귀에 있는 월급쟁이(샐러리맨) 사장과 비슷했다.

좋은 것은 왕과 왕족이 다 먹고 나머지 부스러기만 조금 얻어먹으면서 궂은일에 총대를 메거나 총알받이 하는 것이 주요 임무 중의 하나였다.

절대권력을 가진 왕도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에서 벗어나 하나의 형식적인 자리로 남겨진 판에 공화제인 현대 국가에서 의전 총리에 대독 총리란 말을 벗어날 영의정은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다.

 

왜 뜬금없이 좌우의정 이야기인가.

 

뭔가 비약하다 보니 그리됐다.

YS의 가신 그룹 좌 형우와 우 동영도, 노 대통령 시절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좌 희정 우 광재도 소환해본다.

 

대전에서 넘어와 대천 집에 거의 다 와 가는데 갈증이 심했다.

갑자기 차가운 우유가 먹고 싶어졌다.

우유를 먹으면 속이 거북하여 잘 안 찾는 데 별일이었다.

어제 신남원 OB 회동에 이어 아침도 안 먹고 넘어오는 길이라서 그런 것 같았다.

속이 안 좋은 것이었다.

 

대천 집에서 100m쯤 떨어진 H 마트 앞을 천천히 지나며 안의 상황을 파악해보았다.

휴일도 열었으면 들어갈 참이었다.

노상주차 하기도 그렇고, 우유의 신선도를 볼 때도 거기가 나을 것 같았다.

차와 사람이 많이 오가는 것을 보니 문을 연 것 같았다.

정부 산하기관에서 운영 중인 마트이니 일요일은 쉴 법도 하다.

규정을 바꾼다는 소리가 있었는데 대형 마트는 재래시장 상권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한 달에 한 번씩 휴무라고 했는데 H는 예외인 것 같았다.

농어민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취지일 것이다.

하나 휴일에 저렇게 산더미처럼 사 차 싣고 가니 재래시장은......, 울고 싶어라일 것이다.

 

H는 부산했다.

매장이 무척 넓었다.

없는 것이 없어 보였다.

손님들이 많았다.

여러 개인 계산대마다 대기 라인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장사가 잘되는 것이 역력해 보였다.

우유를 찾으러 가다 보니 호떡을 궈서 파는 코녀도 있었다.

인기가 좋은지 불티나게 팔렸다.

직영인지 외주인지 모르겠으니 잠시 쉴 새도 없이 손을 움직이며 호떡을 궈내는 젊은 남자는 돈도 귀찮으니 이제 좀 그만들 오시라고 사정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집에 와 갖고 온 짐을 나르고 나서 우유를 벌컥벌컥 마셨다.

갈증을 풀려고 그런 것인데 배가 부르도록 마셔도 효과가 미미했다.

이럴 땐 캔 맥주 한 캔이 딱이다.

그거 하나면 갈증이 바로 해소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맥주 하나 사려고 H까지 갈 것은 아니었다.

그럴 땐 동네 슈퍼가 딱이다.

요즈음은 갈수록 동네 슈퍼를 찾기 힘들 정도로 구멍가게 많이 없어졌는데 여기는 시골 소도읍이라서 그런지 1.5룸 몇 집 건너 한 30m 정도 떨어진 곳에 간판 색도 바랜 작은 동네 슈퍼가 있다.

장사가 잘될 때는 돌멩이를 갖다 놔도 누군가는 사 갔다면서 그때는 재밌었다고 40년 전을 회고하던 60대 쯤으로 보이는 주인이 있는 그곳으로 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졸고 있다가 깜짝 놀라 깼다.

어서 오시라고 인사를 하면서 어제 지인 빈소에 문상을 갔다가 좀 무리를 했더니 피곤하다며 기지개를 켰다.

 

슈퍼는 한산했다.

OO를 날리고 있었다.

언제 손님이 왔다 갔느냐고 물을 정도로 개점휴업 상태였다.

여기는 정말로 굉일이네하고 농담을 건넸다.

그러자 주인은 , 옛날이여를 부르는 듯했다.

하던 것이니 그냥 하는 것이지 주인 인건비도 안 나오는 것이 영세 소상공인의 실정이라 하셨다.

최근 들어 부쩍 더 그렇다며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시었다.

 

보령 대천은 전형적인 충청도 동네다.

서해안 고속도로 개통으로 서울 물과 전라도 물이 좀 들긴 했으나 양반골은 양반골이다.

한밭 대전에서 직접 고속도로 연계가 안 돼 가자 오기 어려운 충청도 길이긴 하나 여유 있는 서행을 모토로 하는 충청은 충청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편 가르기는 벗어나질 못하는 것 같다.

대천 집에서 대전 쪽을 바라보고 100m 떨어진 좌는 농협 마트, 30m 거리인 우는 동네 슈퍼다.

권력 서열 2, 3위인 좌우의정은 별반 차이가 없는 데 보령 대천은 다르다.

아니 다른 동네도 대동소이할 것이다.

서민과 중산층이 주로 이용하는 가게도 좌우로 나뉘어 천양지차를 간직한 채로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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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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