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았다.
무진 애를 쓰며 외면하려 했다.
그러나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말이 현실화했다.
나는 싫다.
되돌아가거나 뛰어넘어서라도 마주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세상은 나를 그리 한가하게 놔두지 않는다.
세상에 그런 작은 소망과 평범한 일상조차도 해 주지 못하느냐고 원망하면서 제발 그러지 말고 나를 가만히 조 놔두라고 애원하지만 그것은 댁의 사정이라며 한마디로 잘라버린다.
그래도 본분을 지키고 자아를 잃지 않기 위하여 인내한다.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입을 다물고 인내한다.
하지만 헛수고다.
주변이 너무 급하게 돌아가고, 어수선하고, 소란스럽고, 두려워 살 빠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당하고 있다.
그래봤자라고 웃는다.
그렇지 않아도 볼품없는 데 거기에다가 신음 신음 앓아봤자 몰골만 더 흉흉해진다.
참으면 병이 된다는데......,
이럴 때는 아무도 없는 어디 숨어들어서라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라도 질러야 속이 뚫릴 것 같은데 착각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화만 더 돋우고 깨진 바가지만 줄줄 더 샐 거 같다.
자숙했다.
지금의 자신에, 현재의 위치에 맞게만 서 있었다.
그 궤도를 벗어난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질 것도 아니고, 이런 때일수록 혼자만이라도 자중자애하는 것이 약자의 세상에 대한 배려와 예의라는 생각이 개인보다는 국가라는 사상과 이념 아래에 살아 온 길이라는 것과 궤를 같이했다.
타의가 아닌 자의에 의해 묵상하고, 글을 쓰고, 기도하는 자세가 좀 흐트러진 것이 아쉽지만 아주 망가진 상태는 아니니 마음먹기에 따라 오늘 중으로라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재회.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했건만 거꾸로 만나게 됐다.
뮬이 아래서 위로는 흐르지 못하는 것인데 양수기가 등장하여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격언이 통했다.
불행한 불상사다
아닌 밤에 홍두깨처럼 어느 날 갑자기 불청객으로 찾아온 그대가 참 서운하고 야속하다.
하지만 거부하거나 간과할 수도 없다.
나만의 방식으로라도 정면 대결하여 이겨내야겠다.
이열치열(以熱治熱) 방식으로 극복해내야겠다.
1203도 1212도 아프지만 그만 있는 게 아니다.
그를 다 어우르고 안아줄 1225가 있다.
기쁜 재림(再臨)의 대림(待臨)만 있으면 재미없으니 양념으로 고춧가루를 뿌리는 아픈 재회(再會)의 제척(除斥)도 있음을 인정하면 맘이 편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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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