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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찬바람이

by Aphraates 2024. 11. 28.

뭐 없는 사람처럼 뭘 다 빼줄 것처럼 군다.

있는 거 없는 거 다 줄듯이 헤헤거린다.

그러다가도 무슨 말만 나오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홱 돌아서 버린다.

찬바람이 홱홱 분다.

그런 게 뭐가 있을까.

많고도 많을 테지만 그중의 하나가 돈 이야기다.

대수롭지도 크지도 않은 돈인데 돈 이야기만 나오면 입을 꾹 다물고 토라진다.

돈 문제라면 부지지간에도 심은 확실히 해야 한다며 단칼에 무 베듯이 냉정하게 끊어 버린다.

 

고려와 조선 시대를 거치면서 관념이 달라진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도 그중의 하나다.

둘이 사랑과 존경의 돈독한 관계를 잘 유지해왔다.

그런데 귀신에게 홀렸는지 어느 날 갑자기 바람직스럽지 않은 본능으로 돌아가 남()이 늑대로 돌변한다던가, ()가 여수가 돼 버린다면 가한 측에서 아무리 열풍을 내뿜어도 당한 측에서는 실망스러워 찬 바람이 분다.

 

요즈음 쩐() 때문에 생각할 것들이 많아졌다.

어찌 보면 사소한 것이고, 다르게 보면 중차대할 수도 있다.

돈은 힘이고 능력이라는 속설도 떠오른다.

없으면서도 그에 굴하지 않는다고 하는 미당 선생답지 않은 처사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치욕이기도 하다.

 

신파극(新派劇) 이수일과 심순애 이야기 같다.

김중배의 다이아몬드를 쳐다보자니 사랑이 가득한 이수일이 애처롭고, 이수일의 사랑을 생각하자니 은은한 광채를 발하는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아깝다.

진퇴양난에 빠진 심순애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은 사랑이 밥 먹여주느냐며 다이아몬드를 택하는 현실주의자가 되지만 재물에 눈이 밝거나 어두운 것이 전부가 아닌 데 이상주의자를 버릴 수도 없어 또 다른 고민의 단계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혼자 빵 사 먹자고 하는 것도 아니다.

남몰래 막걸리 받아 마시려는 것도 아니다.

원칙에 따라 또는 관례대로 행하면 되는 것인데 왜 그러느냐며 걱정도 팔자라고 하는데 그 역시 미당 선생 꽈가 아니다.

원칙과 관례가 상위법과 하위법 관계의 헌법, 법률, 법규명령, 규칙, 조례에 이르기까지 빈틈이 없는 것인지가 의문이다.

그리고 어느 한 단계에서 이루어지며 불어오는 찬바람이 도의적으로나 인간적으로 맞느냐 하는 것도 의문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냉정은 삭막하고, 온정은 부드럽다.

그를 잘 알면서 어느 편에 서야 할지 모르고 망설이고 고심하는 것은......,

그게 인생이고, 수없이 오고 가는 희로애락의 한 단면이라 생각하고 엄동설한에 옷깃을 여미는 여유를 갖고 싶다.

아울러 다 그렇게 사는 것인데 혼자 상의 모든 근심·걱정 떠안은 것처럼 머리를 쥐어뜯을 것이 아니라는 것도 상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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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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