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만 없네.
13년 전인 2012년 이맘때다.
대전 향촌 집에서 모시고 있던 갓난 엄니가 돌아가셨다.
엄니 짐을 정리하여 보관할 때 허전하고 허탈함에서 나온 말이다.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은 그대로였다.
이쁜 치매에 걸리시어 아들 며느리도 몰라보셨지만 모시면서 많은 의지가 되돈 엄니였는데 며칠 상간으로 엄니만 없어진 것이었다.
잘 해드린다고 하였지만 못 해 드린 것만 생각났다.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애를 못 삭혔다.
답답했다.
뭘 해도 재미가 없었다.
뭘 해야 할 지를 몰랐다.
데보라가 위로했다.
막내아들이 그러는 것은 편하게 가신 어머니가 원하는 바가 아닐 테니 뭘 좀 먹고 힘을 내라고 애원하다시피 했다.
먹는 거고 뭐고 만사가 귀찮았다.
그러나 다 체념하고 몸져눕는 것은 엄니가 바라는 바도, 엄니에 대한 예의도 아닌 것 같아 이를 악물고 이겨냈다.
한때는 나라를 쥐락펴락하던 권세가가 모종의 사건과 관련하여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다.
흔치는 않지만 가끔 보는 불상사다.
화가 치밀었다.
좋아하거나 인정하는 고인은 아니지만 인간적으로 그게 아니었다.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고 했다.
그런데 수많은 역경을 거치셨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은 분이 왜 그러셨는지 용서가 안 됐다.
가장 고귀한 것을 버리고 가신다면 뒤에 남은 사람들은 어찌하라는 것인지 무책임하다고 쏴붙이고도 싶었다.
그러나 그런 흠결이 있을지라도 가시는 길 편안하시고, 좋은 곳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라 기도드리면 그리 해 주시라고 청하였다.
죽은 자만 억울하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해서 죽은 자가 모든 것을 똘똘 말아 갖고 간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오죽하면 그랬겠냐고 일정 이해를 하면서도 사람이 그래서는 안 된다.
악착같이 살아야 한다.
그게 자신은 물론이고 창조주에 대한 책무이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나는 이런 사람이다 하고 소리쳐봐야 소용없다.
누가 안 알아준다.
얻는 것도 없다.
명분과 실리가 잘 조화된 희로애락을 누려야 한다.
해바라기와 딸랑딸랑이 떠오른다.
<"벌써 관심은 인사"…尹 파면 금융권 영향은> 라는 기사다.
비정한 세계를 보는 같다.
<[르포] ‘수만 명 태극기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썰렁한 관저·대통령실 [세상&]> 라는 기사다.
끈 떨어진 뒤웅박 신세는 서글프고 처량하다.
<"삼일장 치렀으면 됐지"…'대선 모드' 전환하는 국민의힘>라는 기사다.
아군도 힘 있을 때 얘기지 힘 떨어지면 초라한 약육강식의 생존경쟁의 장은 냉엄하다.
<'권불십년' 尹, 이틀째 한남동 관저서 '침묵'>라는 기사도 있다.
있을 때 잘 해야지 끝나고 나면 누구 하나 거들떠 보지도 않고 립서비스만 날린다.
이번만 그런 게 아니다.
세상이 다 그렇다.
다 끝난 판이지만 질서 있는 정리는 필요한 것인데 그렇게 탈인간화 식으로 나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면장네 개가 어쩌면 손님이 북적여도 면장이 어찌 되면 가뭄에 콩 나듯이 오는 손님이라고 하듯이 냉정하고 야박한 인간 세계이지만 그게 수학 공식처럼 맞아서 떨어지는 것은 비극이다.
권력 무상이다.
권불십년에 화무십일홍이다.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정치인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사람도 아니라며 씁쓸하게 웃던 L 국회의원이 생각난다.
한동안 처힌 현실에 괴로워하더니 지금은 지난 것은 남가일몽이라 여기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다는데 언제 다시 그 병이 도질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칼자루를 쥐고 흔들 때는 말이 아니라 눈빛만 봐도 설설 기더니 칼날을 쥐고 찌렁찌렁 울리도록 고성방가를 해도 “에이, 김 씨.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왜 그래요” 하고 실실 개기면서 가버린다.
네가 누구 덕에 여기까지 왔느냐며 사람이 그러는 게 아니라며 서운해하면 거꾸로 댁이 누구 덕에 거기까지 간 줄 모르냐며 이제 모든 것이 끝났으니 조용히 짜그러지는게 좋을 거라고 말을 던지니 오장육부 안 뒤집히면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현실이 그런 걸 더 나아가봐야 사람만 구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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