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친구 영식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안부 전화였다.
대천 해수욕장에서 뜀박질 한 번 하자니까 왜 안 내려오느냐고 했더니 바쁘진 않은데 그게 잘 안된다며 웃었다.
그럴 거라며 여기의 바쁜 6월이 지나면 내가 한 번 바람을 잡아 소집해야 모일 거 같다고 했다.
대화 중에 잠시 멈칫하더니 얘기를 이어갔다.
얘기를 해야 하나 마나 망설이다가 아무래도 해야 할 거 같아서 한다며 독산동 친구 명희 얘기를 했다.
예감이 안 좋았다.
집히는 게 있었다.
무슨 일인데 그러느냐며 얼른 말해보라 했다.
그랬더니 자기도 연락을 안 하다가 기분이 좀 그래서 명희한테 전화를 해봤더니 딸이 대신 받더란다.
왜 네가 아빠 전화를 받느냐고 했더니 아빠한테 뇌경색이 와서 병원에 입원한 지 한 2주 됐다고 하더란다.
통화가 불가능할 테니 알고나 있으라면서 다른 소식이 있으면 전화를 주겠다고 하였다.
친구 얘기를 들으니 착잡했다.
맘이 무거웠다.
걱정도 됐다.
우리 세대라면 건강한 사람도 골골할 나이다.
몇 방 크게 얻어맞은 명희가 엄청나게 고생할 것은 뻔하다.
병에 대해 사람이 조심할 순 있다.
그러나 사람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것이 많다.
건강하고, 괄괄하고, 세상 걱정이 없던 명희였다.
하나 세월 앞에는 장사 없다는 말은 명희한테도 예외는 될 수 없는가 보다.
명희는 어디를 가나 홍반장(洪班長)이었다.
누가 정보를 제공해주거나 궁금한 것이 많아 스스로 정보 수집을 하는 것이 아니다.
경찰서 정보과 형사나 수사/조사 기관원처럼 곳곳에 정보원을 박아 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모르는 게 없었다.
정보통이다.
말 그대로 누구네 집 숟가락이 몇 개고, 누구 엉덩이에 점이 있다는 것까지도 다 알고 있을 정도였다.
묘한 일이다.
어떻게 그리 정보가 넓고 빠르냐고 물어보면 자기도 모르게 그리 알게 된다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하곤 했다.
많은 정보를 알고 있지만 그를 악용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타고난 끼이자, 취미 삼아 그리된 것 같다.
명희는 술과 담배라면 누구한테 뒤지지 않았다.
체질에 맞아 즐긴다기보다는 습관적인 것 같았다.
별다른 탈도 없었다.
쇳덩어리나 돌덩이도 그렇게 함부로 굴렸다가는 망가진다는 충고를 듣기도 했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위에 이상이 생겨 대수술하고부터는 골골했다.
우선하자 또다시 이어진 술과 담배였다.
그 때문에 건강이 악화하고 뇌경색에 이르렀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호랑이라도 때려 눕힐 정도로 기세등등하던 명희가 이빨 발톱 다 빠진 늙은 호랑이가 되어 어슬렁거리게 됐다는 것은 세월이 약이 아니라 병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몸이 허할지라도 아직은 병상에 누워 밖을 바라볼 나이는 아니니 어여 쾌차하여 술이 아닌 곡차(穀茶)라도 한 잔 함께 했으면 좋겠다.
미국 트럼프 어르신도 “꽈당”하셨단다.
얼마 전 좀 더 나이 많은 바이든 어른이 “꽈당” 하셨을 때 나는 아직 건장하다고 하셨는데 역시 건강은 자신하는 것이 아닌가 보다.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하시거나 팔굽혀펴기하시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시는 김(金) 어른이나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지팡이라도 짚고 일터로 가야 할 거 같다고 객기를 부리는 미당 김(金) 선생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어르신들인데 절실하게 체감하고 있는 것 같진 않다.
<전용기 오르던 트럼프도 '꽈당'…어르신 삶의 질 떨어뜨리는 '이 병'> 이라는 기사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냥 흘려 보는 기사가 아니라 바로 내 발등에 떨어진 불똥이라 생각하고 유념해야 할 것이다.
명희야.
그리고 칠갑산 자락 작대기들이.
누가 대신해 줄 게 아니다.
우리 아프지 말자.
알아서 스스로 챙기자.
갈수록 좋아질 리는 없지만 건강하고 즐겁게 살자.
https://youtu.be/IUHPsqdmm5c?si=JSdqiifAprGr5Xy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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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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