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보수다.
원래부터 출신 성분이 그렇다.
고난의 세대이고, 전쟁 세대이고, 냉전 시대 수행자이고, 반공주의자이고, 군사문화에 익숙한 권위주의자이고, 개발도상기와 수출입국의 번영기를 섭렵한 것을 거쳐 탈이념의 실사구시를 지향하는 오늘에 이르렀다.
가난한 농촌의 아들로 보수 시대에 태어나고, 자라고, 교육받고, 군에 다녀오고, 공기업 맨 이였다.
천지개벽이나 돌연변이로 돌출하지 않는 한 전형적인 보수이어야 맞다.
운명적인 보수였다.
모든 것은 보수로 통했다.
충청도 양반의 가문으로서 당연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보수가 자랑스럽지 않다.
찬물 마시고 이 쑤시며 헛기침하는 꼰대가 연상된다.
어쩔 수 없이 걸어온 길이자 그 길에서 탈선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것은 인간 존중 같은 것은 생각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결과물이다.
지금은 보수가 안 맞는다.
보수 증오도 샤이도 아니고 그냥 가까이 하고 싶지 않다.
나이 들수록 안정적인 보수 지향 가치를 가져야 하는 데 그 반대다.
세상이 그렇게 만들었다.
내가 변심했다기보다는 보수가 변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보수가 이상해졌다.
성장과 발전 과정에서의 진통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부족하다.
가까이할 수가 없다.
나는 보수다 라고 외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진보로 돌아선 것도 아니다.
진보가 지향하는 가치는 인정하는데 구현하는 방법이 내가 살아온 보수의 길과는 너무 달라서 응원하고 싶지 않다.
회색분자 같지만, 이기는 편이 우리 편이다.
한국 보수의 감별사가 나타났다.
관련 칼럼을 쓴 P 본의 박(朴) 대기자다.
자료를 찾아보니 2013년이다.
퇴직 후에 데보라와 함께 서울 마포의 토크 콘서트에 갔을 때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이철희 두문 정치연구소장과 함께 한 P 본의 창설자 그 박 이사장님인 줄 알았는데 성만 같았다.
<이제 한국 보수의 'ABC 분류법'을 알아보자>라는 기사다.
파장을 일으켰던 유 작가님의 민주 ABC 분류 방식을 벤치마킹한 것 같다.
전체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진 않았으나 뭘 말하려고 그러는지는 대충 짐작이 간다.
야학 풍경
by Aphraates 2013. 7. 6.


프레시안과 울림에서 주관한 토크 콘서트(Talk concert)에 다녀왔다.
데보라와 부부동행이었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결국은 그냥 들고 내려왔지만 기회가 되면 뒤풀이에 전달해주려고 근 1시간여를 가다려 성심당 튀김 소보르도 두 봉지 샀다.
서울 홍대거리 가톨릭 청년회관 대강당에서 19시30분에서 21시30분까지 2시간여에 걸쳐서 진행되었다.
끝난 후에 뒤풀이가 있었지만 귀향 기차 시간에 맞추느라 참석 못 했다.
주제는 “언론도, 정치도 당신이 참여해야 바뀐다” 였다.
패널은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서 보던 박인규 프레시안 이사장, 윤여준 울림 이사장, 정치평론가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이었다.
청장년층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명선 기자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흑백 플래카드, 의자 3개, 음료수/물병3개, 마이크 3개가 전부인 조촐한 단상 협동조합 설립 취지, 정치현안, 언론현실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발표하고 질문하는 시간이었다.
화면을 통해 현안문제 특기, 정치와 사회 문제에 대한 토크 콘서트는 여러 번 봤지만 직접 참석하긴 처음이었다.
토크 콘서트는 젊은 층과 진보 진영에서 선호하는 대화방식이자 의사소통 수단으로 자연스럽게 하는 여론 형성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 정서에 안 맞는다는 부정적인 시각과 말장난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앞으로 그런 방향을 지향하고 활성화시켜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참석소감은 한 마디로 매우 유익했다.
분위기는 야학풍경(夜學風景)이었다.
우리나라 근대 개화기에 계몽주의를 실천하기 위하여 양식 있는 지식인들 위주로 펼쳐지던 야학에 직접 참여해 보거나 실상을 접해본 것은 아니지만 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듣고 공부도 하여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데 심훈 소설의 “상록수”를 재현하는 것 같았다.
잔잔한 감동과 좋은 인상이었다.
한 편으로는 맘이 무겁기도 했다.
나도 어느 정도 우리나라 정치와 언론에 대해서 배우고, 알고, 실천하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흑백 무명 바지(치마)와 윗옷(저고리)을 입은 조선 청춘 남녀들을 깨우치는 야학에 참여한 것처럼 너무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또한 나라의 장래를 위하여 백성으로서 묵묵히 해야 할 일들과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이 나이에 터득하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다.
앞으로 조합원으로서 어떤 참여를 할 것인지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은데 작은 것 하나라도 실질적으로 참여하과 관심을 갖는 것을 견지해야겠다.
상경(上京)하기 전에 방청객으로 참석하여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면서 했던 유령과의 단독 대담(對談)을 소개한다.
Q) 대전에서 오신 김 작가님께서는 프레시안 조합원이 되게 된 특별한 이유라도 있다면 한 말씀 해 주시겠습니까?
A) 이유라고 할 것 까지는 없고 신선한 방법에 그냥 맘이 끌렸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시절인 1960년대 말부터 모모의 구독자입니다. 그렇다고 애독자는 아닙니다. 까까머리 고등학생 시절 정의감도 있고 방황 끼도 있던 그 시절에는 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청춘들이 모모 팬이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신문도 마찬가지이지만 세월 따라 모모가 변하고, 인터넷 매체에 의한 on-line 신문이 활성화되고 활자 매체가 외면 받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 바람에 모모는 문화와 다큐 같은 것만 잠시 눈여겨보면서 시사와 사설 분야는 전체 신문 면을 10분 정도에 걸쳐 타이틀만 보는 정도입니다. 짝사랑했던 애인이었기에 옛정을 잊지 못 하는 나약함이라고나 할까요?
인터넷 상으로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을 보수의 한 블록으로, 한경오프노(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노컷뉴스)를 진보의 한 블록으로 묶어 놓고 비교를 하면서 중도적인 입장으로 또 다른 모모를 곁들였었는데 모모네가 사내 분규로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 거기에 안 들어가 본지 한 참 됐습니다. 관심을 가졌던 프레시안이 어느 날 갑자기 폐문하여 왜 그러는가 했더니 이렇게 변모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무척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프레시안에 대한 바람이라기보다는 그렇게 해야만 하는 존재의 당위성이 있다면 이런 것이 않을까 생각합니다.
금권(金權)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언론으로서의 본분을 지켜달라는 것입니다.
공정하게 보도하고, 냉철하게 칭찬과 비판을 하고, 희망찬 미래를 지향하는 인간적이고, 자연적이고, 상식적인 언론이 되도록 노력해달라고 하면 너무 이상적이고 추상적이어서 무리일까요?
Q) 그럼 김 작가님은 보수와 진보 어느 성향이신지?
A) 어느 전문가가 그러는데 우리나라는 완전한 보수도 완전한 진보도 없고 보수에 진보를 가미했거나 진보에 보수를 가미한 것이 태반으로서 자기 스스로를 보수다 진보다 하는 것은 오류라고 하던데요? 그래도 굳이 구분한다면 저야 당연히 보수파지요. 저는 6,25 전쟁과 헝그리 세대이자 반공주의자와 개발지상주의자이니 보수가 아니라면 이상한 것이지요. 하지만 거기에 속했다고 자칭하는 보수 진영에 대한 불만이 많습니다. 구태의연하고, 과거 회귀적이고, 미래지향적이지 못 합니다. 그래서 쉽게 전향하기는 어렵겠지만 진보 진영에 대해서 많은 박수를 보내는 형편입니다. 그리고 보수는 식상하고, 진보는 믿음이 안 간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또한 보수는 변해야 하고, 진보는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이러게 얘기하면 결국은 좋게 얘기하면 중도주의자이고, 나쁘게 말하면 회색주의자인가요? 저도 칼칼한 것을 좋아하는데 살아오면서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거기에 도달했고, 누구한테 어떤 영향을 미칠 위치도 아니니 그런 말을 들어도 상관이 없습니다. 기왕 얘기한 김에 보수와 진보 진영에 한마디 더 하자면 죽기 살기로 편가를기를 하면 결국 죽어나는 것은 국민들이고, 그 여파로 뭉개지는 것은 편 가르기 한 사람들이니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니 편 가르기를 그만하자는 것입니다.
새로운 체제로 나선 프레시안의 그 중개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영욕으로 점철된 과거를 부정할 수 없고, 처한 현실을 무시할 수 없고, 미래를 등한시 할 수도 없습니다. 슬기롭게 대처해야 합니다. 정치 성향이나 상업성에서 벗어나 진실을 알리고, 건전한 칭찬과 비판을 하고, 희망찬 미래방향을 제시하며 아픈 가슴 쓸어내리는 사람들을 어루만져 줬으면 하는 부탁입니다. 우리 보통 사람들 착하고 순수하며, 성실하고 근면하지만 살기가 녹녹치 않아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보듬어 주고, 희망을 줄 사람들이 누구이겠습니까? 깊은 성찰을 해야 할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는 생각도 바꿔야 합니다. 전에는 나이 들면 보수, 젊으면 진보라 구분하면 대개 맞아 떨어졌는데 지금은 그렇게 분류했다가는 틀리기 십상입니다. 늙은 진보도 많고 젊은 보수도 많습니다. 안희정, 이광재, 정봉주 이런 인사들이 나서면 시끄러워 좌충우돌하지 말고 잠자코 있으라고 경고하고 싶었던 것이 사실이나 지나고 보니 미흡한 대책으로 너무 앞서 가서 탈이었지 가는 방향은 맞았습니다. 그러나 차기 대권주자 잠룡들이라고 하는 기득권층 인사들과 보수 논객들의 생각과 행동은 안정과 성장을 추구한다고 표방하지만 비전이 보이지 많은 무사 안일한 모습으로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하고는 맞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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