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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어른이 아이 마음을 헤아리듯이 아이가 어른 마음을 헤아릴수야

by Aphraates 2008. 7. 12.
 

여름 방학을 맞이한 신출내기 대학생들이 신나는 첫 방학을 보내느라 여념이 없다.

여유 있는 집 아이들은 돈 걱정 안하고 해외 어학연수나 현지 체험학습 같은 것을 통하여 새로운 문물 습득과 견문을 넓히고자 한다.

여유가 없는 집 아이들은 어려운 가정살림에 보탬이 되고 다음 겨울 방학 때에 자기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하여 고등학교 때 공부하느라 새벽에 나가 늦은 밤에 들어오는 별 보기 운동을 하던 것처럼 경제 현장에 나가 구슬땀을 흘려가며 아르바이트를 한다.

고등학교까지 밤낮으로 찌들었던 아이들이 대학생으로 그래도 비교적으로 여유가 있는 시간을 이용하여 자유를 만끽하며 나름대로 유익한 방학을 보내고자 하는 모습이 갸륵하다.

거기에다가 자기 발전을 위하여 노력하고 호연지기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믿음직한 모습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거기까지 바란다는 것은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를 기대했던 어른들의 지나친 욕심이 아닌가 하는데 그렇다 할지라도 방학을 통하여 어찌 보면 처음 시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인간과 사회생활이 어떻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자기의 목적한 바를 이루겠다고 꿈에 부풀어 노동하는 아르바이트 현장에 나갔다가 며칠도 안 되어 어려워서 도저히 못 하겠다며 그만두겠다는 아이를 보고 야단을 쳤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사람이야 심각하지만 나는 싸우는 모녀의 모습이 상상되어 재미있었다.

그래서 그 이야기 값을 치루는 차원으로 “어른이 아이 마음을 헤아리듯이 아이가 어른 마음을 헤아릴 수야 없지 않느냐?”고 덕담을 해 주었다.


어른들 입장이야 단호하다.

성인이 되어 가는 네들도 알 것은 알아야 한다고 타이른다.

그리고 야무진 마음가짐 자세로 아르바이트를 하여 가계에 보탬이 되어주기도 하고, 앞으로 닥쳐올 수많은 시련과 난관을 체험하며 사람 살아가는 것을 배우는 계기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아이들 입장이야 어른들과 달라서 유동적이다.

자기가 하지 않으면 가정을 꾸려갈 수 없는 소녀 가장도 아닌 아이들 입장에서야 어디 그런가?

어른들이야 다 아이들 시절을 지냈기 때문에 아이들 마음을 헤아리며 이런저런 충고와 주문을 하지만 아이들이야 어른들이 한 경험이 일천하여 어른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

아르바이트도 생계형이 아니라 오락 형으로 생각하는 데 그리 심각하게 비중을 둘 수는 없는 것이어서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자세라도 갖는 것을 칭찬받기를 바란다.


그러니 어른들과 아이들이 한 발씩 양보하는 것이 좋겠다.

어른들 입장에서만 생각하며 해가 중천에 뜨도록 쳐 질러 자다가 일어나서 방에 누워 뒹글거리며 부스스한 얼굴로 텔레비전이나 본다고 장독 깨지는 소리를 하며 내 속을 난 새끼지만 그렇게 해서 이 다음에 험한 세상을 어찌 살거냐고 심한 꾸지람을 할 것 아니다.

아이들도 허황되게 편하고 쉽게 사는 것을 바랄 것이 아니라 어렵고 괴롭더라도 참고 일하면서 어른들이 주는 것으로 맥주 몇 병 홀짝 마시는 작은 돈을 벌기가 이렇게도 어렵구나 하는 것을 깨닫고 그 것은 맥주가 아니라 어른들이 흘리는 피와 땀의 결과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흘러간 세대의 어른들이 아이들의 마음을 두루두루 헤아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인도하는 길만은 틀림이 없다.

자라나는 세대의 아이들이 오늘의 나를 있게 해 준 어른들의 마음을 온전하게 헤아릴 수는 없지만 알 것은 어지간히 알기 때문에 그 고마움에 대해서는 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방학은 쉬는 날들이다.

아울러 소진된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시간들이다.

그러니 방학은 자신들의 심신을 단련시키며 역량을 키우는 좋은 기회이고, 국내외 체험을 하던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 것들을 통하여 국가 경쟁력 제고와 국익 창출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조금 만 더 어른들은 아이들을, 아이들은 어른들을 헤아리는 사랑을 나눔으로서 뜻있는 방학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빠듯하게 꾸려가는 살림인지라 제 철에 맞는 구두 하나 못 사 신은 채 다 헤진 헌 구두를 신고 다니는 것이 안쓰러워서 극진하게 생각하는 언니가 보내준 비품 구두를 신어보도 못하고 딸아이한테 빼앗긴 엄마가 서운해 하기보다는 오히려 변변한 구두 하나 없어서 그러는 딸아이한테 미안하고, 구두를 신어보고 나한테 딱 맞는다고 좋아하며 뛰어다니는 딸아이가 기뻐하기보다는 그런 엄마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여긴다면 서로가 서로를 헤아리는 엄마와 아이니 구두 한 켤레가 문제가 아니라 다른 것은 아무래도 헤쳐 나갈 수 있는 사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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