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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가게를 차렸으면 잘 해야지

by Aphraates 2008. 7. 12.
 

건축 수리를 하며 성당을 비롯하여 여러 곳에서 봉사도 많이 하는 토머스 아우님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하였다.

명목상으로는 며칠 전에 새로 맞춰온 방충망을 끼우려다가 땀을 한 바가지는 흘려가며 1시간 넘게 실갱이를 하였지만 결국 끼우지 못하고 만 것을 그 아우님이 와서 1분 여만에 간단하게 끼워준 것에 대한 사례였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그게 아니라 지난주에 송강 지역에 리모델링 숍(Remodeling Shop)을 개업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가 보지도 못하여 미안했고, 사업과 관련하여 몇 가지 말해 주고 싶은 것이 있어서였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아우님이 하는 일도 애환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나 요즈음 같은 불황기에는 더욱더 어렵고,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성심성의껏 하는데 그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어 서운하다고 하는데 는 사람 사는 것이다 그런 가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팠다.


소주 몇 순배가 돌아가고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

건축수리 분야의 전문가이자 그를 생업으로 하고 있으니 누구보다도 본인이 잘 알아서 하겠지만 그래도 간과하는 것이 있는 거 같은 노파심이 들어서 그러니 오해하지 말라는 전제를 달고서 그 아우님의 장단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부탁도 했다.

아우님은 사람이 착하며 고진이고, 경험이 풍부하며 일 솜씨가 좋고, 일거리를 찾으며 성실하게 잘 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체계적이고 인테리어 패션의 시대감각적인 면에서 앞서 가는 게 좀 딸리고, 마케팅과 대인관계를 중요시 해야 하고, 적극성은 좀 약하면서 기술자 특유의 고집이 강하다는 약점도 있다.

그러니 기왕에 시작한 거 그런 장단점을 잘 생각하고 보완하고, 아금박스럽게 하여 돈좀 많이 벌라고 부탁하였다.

그랬더니 그 아우님이 그리 크게 생각하지 않고, 돈도 많이 벌려고 애쓸 거 없이 그냥 되는대로 하려고 가게를 차렸다고 하였다.

그 소리를 듣고 나니 화가 치밀었다.

그래서 일갈하였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사람이 왜 그렇게 소심하고 의욕이 없는 거야? 가게를 차렸으면 당연히 장사를 잘 하고 돈을 벌어야지 그게 아니라면 뭐 동네 복덕방 만들어 놓은 거야? 사업의 성패에는 다른 외적인 요인들이 많기 때문에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열의를 갖고 정성을 다 해야 할 거 아니야? 그런 약해 빠지고 무책임한 소리는 하지 말고 열심히 해야 돼. 그 쪽 분야는 경험이 많으니 일은 물론이고 손님들 심리도 잘 알 거 아니야? 그러니 한 번 들린 손님은 무슨 수를 쓰던 놓치지 말고 일을 성사시켜야 돼. 그러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과 함께 세심한 거 까지도 간과해서는 안 돼. 나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큰 도움은 안 되지만 옆에 있다는 것만도 큰 자산이라는 것도 잊지 말고, 내 입장에서 생각하지 말고 항상 손님 입장에서 생각하면서 신나게 일을 한 번 해 봐”

그러자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나름대로 노력은 하고 있지만 경영과 영업이 체질상 안 맞는다고 고개를 수그렸다.

내가 다시 그러니까 체질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고 다그쳤더니 알았다고 대답하였다.

그렇게 언성을 높이고 나니 나도 미안하여 가만히 있으니까 동석한 다른 아우님이 다른 경험담을 이야기 하며 잘 하라는 의미이니 참고하라고 부연 설명을 하였다.

아우님이 한 두 해 한 일도 아니고 본인이 알아서 잘 할 것이고, 공식적인 가게를 차렸을 때야 그만한 포부도 있었을 텐데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경영과 영업에 자신이 없어하는 것이 걱정이었지만 그 방면에도 서서히 숙달이 되어 성공할 것이라고 좋은 예감이 들었다.


장사꾼이면 밤잠 자지 않으며 과자 사러 오는 코흘리개 아이 하나까지도 그냥 흘리지 말고 정성을 다 하여 장사를 해야 한다.

농사꾼이면 일찍 자고 새벽같이 일어나 송곳 하나 들어갈 만한 땅이라도 놀리지 말고 뭔가는 심으며 농사를 지어야 한다.

목동이면 주야 가릴 것 없이 양들의 상태가 어떤지 면밀하게 파악하고 푸른 들판으로 이끌어 풀을 뜯게 해야 한다.

그런데 장사꾼이 툭 하면 가게 문을 닫고 계모임이나 다니며 대박 손님이나 기대하고, 농사꾼이 일은 안 하고 장돌뱅이가 되어 술만 퍼 마시며 한 큐 잡을 궁리만 하고, 목동이 양떼는 돌보지 않고 나무 그늘에 앉아 피리나 불면서 양떼한테 몽둥이질이나 한다면 가게는 폐업하고, 농사는 폐농되고, 목장은 난장판이 될 것은 뻔한 이치다.


그나저나 아우님의 가게가 잘 됐으면 좋겠다.

일거리를 좀 찾아주고 사람도 소개 해 줘야 할 텐데 걱정이고, 아는 분들도 관심을 갖고 도와줬으면 하는 바람인데 돈과 관계된 일인지라 역시 어려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