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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마음은 굴뚝같지만

by Aphraates 2008. 7. 12.
 

마음은 굴뚝같지만 몸이 말을 안 들어 할 수가 없다.

왜 그럴까?

타고난 성품이 그래서?

능력이 미천하기 때문에?

마음은 이팔청춘인데 몸뚱이가 늙고 병들어서?

주변 사람과 환경이 뒷받침이 안 돼서?

뭔가는 못 마땅하지만 내색하기 창피하고 그냥 싫어서?

그렇게 따지고 보니 마음도 없고 몸도 귀찮아서 조화 즉, 심행일치(心行一致)가 안 되는 것이지 마음과 몸이 따로 논다고 할 수는 없을 거 같다.


마음이 있고, 가야할 길이 명확하다.

그런데도 안 되는 것은 자신이나 주변에 뭔가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 문제는 있는 그대로 오픈 하여 갈피를 잡지 못 하는 마음가짐 자세와 흐트러진 주변 상황을 바로 잡는 것이 좋다.

그 것도 빠르면 빠를수록 더 좋다.

그런데 그런 마음은 있고, 그래야 한 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대들어서 막상 해보려고 하면 안 되니 사람 참 피곤한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뭔가는 획기적인 조치가 있어야지 이 거는 사람 사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똑같은 경험은 없지만 이렇게 무참하게 허물어진 경험을 해보기는 처음이다.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와 가치가 뚜렷한데 이렇게 망가진 채로 흘러가도록 내 버려두고 거기에 편승하여 흐리멍덩하게 시간만 죽인다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고, 물끄러미 내려다보시는 당신에 대한 무례의 소치이니 네 탓 내 탓 하지 말고 맨땅에 헤딩이라도 한 번 해 봐야 한다.

무모하게 맨 땅에 헤딩하면 당연히 머리가 아프고, 머리가 터져서 피도 흐르고, 자칫 잘못하면 뇌상을 입어 불구가 될 수도 있고, 저렇게 멍청한 사람들이 다 있느냐며 조롱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 것 행하지 못하고 책상머리에 앉아서 앞뒤 재가며 결론 없는 쑥덕공론해봐야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니 무엇이든 가부간에 판정이 나라고 맨땅에 헤딩이라도 한 번 해보는 편이 훨씬 났다.


그런 소리가 자주 들리고,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아이에서부터 굽은 허리로 느릿느릿 걸어다니는 노인에 이르기까지 서스럼없이 그런 말을 하니 이제는 듣기도 짜증난다.

그래도 기본이 있는 곳이니 그런 정도까지 악화되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데 갈수록 태산이어서 아주 심각하다는 느낌이다.

그 곳은 분위기 파악을 못 하고 상대 선수를 잘 모르며 대수롭지 않게 헛발질을 하다가 카운터펀치와 잽을 연거푸 맞고나더니 그로기 상태가 된 남쪽 나라의 말라깽이 킥복싱 선수처럼 되었다.

눈은 풀리고, 다리는 흐느적거리고, 손은 제 멋대로 흔들리고, 정신은 가물가물해져 2회전이 끝나는 종이 울렸는데도 자기 코너를 찾지 못 하고 허둥대며 관중석을 향하여 알 수 없는 처절한 미소만 띄우고 있다.

그런 상태로 게임을 계속 한 다는 것은 실패보다 더 한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다음 회전에 들어가기 전에 링안으로 타월을 던져 경기 포기를 선언해야 할 거 같다.

선수나 관중이나 잘 해보겠다는 마음은 굴뚝같다.

하지만 잘 안 되고, 무슨 경기든 자기가 노력한 만큼 실력이 나오는 것이니 과욕을 부리지 말고 최선을 다 하는 것으로 만족하자는 원론적인 격려도 다 소용없는 소리가 되고 말았다.


굴뚝같은 마음이 되살아나기를 바라고, 뭔가는 좋아지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그 곳에 간다.

그러나 꿈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멸되는 것인가?

그 곳에 가면 되로 받을 것을 말로 받아 들고서 풀이 죽어 되돌아오니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줄기차게 그 곳을 찾는 인내심이나마 남아있다는 것을 위안삼아야할라나 보다.

그리고 극히 일부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다 그런 심정이라니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형편이 나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부터 굴뚝같은 마음이나마 견지하면서 그 위기를 극복하는데 일조를 해야 한다는 권고를 자신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한테 하는 것으로 악몽 같은 그 길을 잊고 싶다.


괜찮던 그 곳이 왜 그렇게 황량하게 됐어?

당신이 원인 제공자야?

아니면 저 사람이 범인이야?

그도 아니면 그 사람이 저지른 씨앗이야?

따지기기는 뭘 따져?

크고 작은 차이는 있지만 그 책임이야 당신이나, 나나, 저이나, 그이나 쌤쌤이로서 서로 손가락질 해 봐야 거덜 난 비렁뱅이끼리 자루 찢기 아닌가?

허, 허 그런가?

그러고 보니 내 무덤 내가 파는 헛소리를 했구먼.

하지만 이렇게라도 좀 털고 나니 좀 개운한 것이 굴뚝같은 마음이 되살아날 기미도 있는 것 같군 그래.

하, 하 다행이지 않은가?

그러니 지난 허물은 그만두고 이제부터라도 “마음은 굴뚝같지만” 이라는 단서를 다는 비관론자가 되지 말고 “마음이 굴뚝 같으니 나는 행한다” 라는 희망적인 낙천주의자가 되도록 마인드 컨트롤(Mind Control)을 하면서 언제일지 기약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우리에게 다가 올 그 때를 기다려보세나.